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일부 프로젝트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일감 확보를 위한 수주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21일 노르웨이의 해양산업 전문지 업스트림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럼(BP)이 토르투 가스전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해양플랜트 입찰을 최근 시작했다.
토르투 가스전 개발 로젝트는 아프리카 국가인 모리타니와 세네갈 인근에 위치한 토르투 가스전에서 에너지원을 얻기 위한 사업으로 총 사업비가 58억 달러에 이른다.
브리티시페트롤럼은 토르투 가스전 개발에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상·저장·하역설비(FLNG) 2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럼은 8월 초에 글로벌 8개 기업에 프로젝트 입찰제안 요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포함돼 있다고 업스트림은 파악했다.
브리티시페트롤럼은 9월 초에 해양설비에 대한 기술·상업 제안서를 받은 뒤 이르면 10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9월에 최종투자결정(FID)이 이뤄지기 전까지 해양설비의 기본설계(FEED)를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베트남 국영기업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로부터 ‘블록B’ 천연가스 개발프로젝트에 필요한 플랫폼 입찰에도 참여를 제안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전자격심사(PQ)를 통과했으나 최종 후보군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스트림은 블록B 프로젝트에 미국 엔지니어링기업인 맥더모트와 싱가포르 SMOE 등도 참여했다며 4파전 구도가 형성됐다고 파악했다.
페트로베트남은 11월 말까지 4개 기업으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은 뒤 늦어도 2018년 초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플랜트 수주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수주잔고 감소에 직면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에 호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이후 2년 가까이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하다. 삼성중공업만 그나마 올해 초에 1조5천억 원 규모의 ‘매드독2’ 해양생산설비를 따냈다.
삼성중공업은 7월 말 기준으로 시추설비와 생산설비부문의 수주잔고로 모두 16척을 보유하고 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공정이 85% 이상 진행된 프로젝트가 10개라 앞으로 수주를 더 확보하지 못하면 해양플랜트 일감절벽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도 2분기 말 기존으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수주잔고로 모두 7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내년이 되면 일감이 1개밖에 남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아프리카와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의 경우 선박수주보다 계약금액이 훨씬 커 조선사들의 일감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해양플랜트를 건조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력도 많아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처지에 내몰리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수주경쟁이 불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