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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
IBM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버지니아 로메티 CEO가 위기에 몰렸다.
IBM이 올해 3분기에 최악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가차없는 변신’을 내세우며 IBM 변신을 시도해 왔던 로메티의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IBM은 3분기에 매출 224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줄어든 것이다. IBM 매출은 10분기 연속으로 떨어졌다.
IBM은 순이익 1800만 달러를 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 40억4천만 달러에 비하면 형편없이 추락한 충격적인 실적이다.
IBM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이 3.68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주당 4.31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런 실적 탓에 IBM의 주가는 8% 가량 폭락했다.
주가폭락으로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도 순식간에 10억 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1년 11월 IBM 지분 5.5%를 107억 달러에 매입했고 그뒤 지분을 7.03%로 늘렸다. 버핏은 투자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10% 이상 손해보고 있다.
로메티는 실적발표 뒤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런 실적은 예상치 못한 업계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메티는 내년까지 주당 순이익 20달러를 달성한다는 '5개년 로드맵'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IBM이 실적부진에 빠져 있는 것은 IT산업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실패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IBM은 반도체 및 컴퓨터 하드웨어 부문의 매출이 부진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분기만 해도 컴퓨터 반도체 부문 매출이 15% 줄었다. 특히 서버 등 대규모 컴퓨터 부문 매출이 무려 35%나 감소했다.
로메티는 2012년 IBM CEO에 올라 수익성이 없는 사업부 매각이나 분사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에 역점을 두는 전략을 취했다. 최근 IBM이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던 반도체 부문을 웃돈을 주면서 글로벌파인드리스에 넘긴 것도 이런 전략과 직결돼 있다.
로메티는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며 IBM의 변신을 독려해 왔다. IBM은 주력사업이던 개인용 컴퓨터사업을 매각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비즈니스 분석, 보안 서비스 등에 뛰어들어 활로를 찾아 왔다.
그러나 IBM이 뒤늦게 뛰어든 사업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실적이 보여줬다.
IBM이 핵심으로 꼽았던 하드웨어와 비즈니스 서비스사업의 매출은 뒷걸음질했고 클라우드 컴퓨팅사업에서도 아마존 등에 밀려 부진했다.
이번 IBM 실적부진으로 로메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IBM의 변신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더욱 치열하게 변신을 꾀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애널리스트는 "IBM은 회사를 개조해야 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직도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진화하고 있고 IBM은 이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IBM의 실적이 더 나빠질 경우 로메티에 대한 불신도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엔덜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롭 엔덜은 “로메티가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사업에서 시장에 적응하는 데 허덕이고 있다”며 “기대를 저버리고 시장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로메티에 대한 압박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