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독립성을 확보하게 될까?
문재인 정부가 공공사업 등에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면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권 초반 안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개혁으로 운용체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1차 개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경우 장기적으로 공사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 내부개혁 통해 독립성 확보방안 추진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지배구조개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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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고령사회 대비,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보장’을 43번째 과제로 삼고 실천과제로 ‘기금운용의 지배구조(거버넌스) 체계의 혁신 및 투명성 강화’를 담았다.
이를 위한 구제척인 방안으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 △기금투자운용 의사결정과정 및 투자내역·자산내역 공시의 강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을 내세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정과제에 따라 관련기관과 협의 등을 통해 국민연금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협의와 검토단계인 만큼 아직까지 확정적인 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정과제에 담긴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를 중심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가입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그동안 비상설조직으로 전문가가 없고 출석률이 낮아 제대로 된 기금운용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금운용위원회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독립행정기구로 상설화하고 위원회 아래 기금투자정책국, 성과평가국, 준법감시국 등 상설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사회복지특별위원회가 올해 초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제시한 안으로 내부개혁을 통해 상설 견제장치를 새롭게 마련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지위를 현재 기금이사에서 부이사장급으로 높이고 인사와 예산의 독립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공사화와 관련한 사항은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연금기금을 공사로 독립하는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공사 독립에 반대한다”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국민연금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부재 등 기금운용의 안정성이 확보되지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공사화를 추진할 경우 독립성 강화 대신 더 큰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 장기적으로 공사화 추진될 가능성
정권초기 기금운용의 안정화를 위해 급격한 변화를 선택하지 않지만 내부개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경우 장기적으로 공사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금운용본부가 온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된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6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방안’을 통해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에서 분리해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줄이고 공사화할 것을 제안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로 확대해 개편하고 새로 설립되는 공사는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 아닌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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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신사옥 전경. |
기획재정부도 2016년 기금평가결과를 발표하며 “기금운용본부는 자체적으로 조직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확보하고 독립적으로 자산운용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별개의 독립법인 또는 공사로 분리돼야 한다”며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 및 기금운용본부의 예산과 인사 등과 관련해 공운법의 적용배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공운법을 따르는 만큼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 안에 속해 있으면 결국 주무부처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 보육, 임대주택, 요양분야 등 공공사업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개편’ 보고서에서 “정부가 연금지급 외에 사회정책목적으로 공적연기금을 활용하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정부의 위험요인으로 오랜 기간 지적돼 왔다”며 “국민연금 역시 이런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온전히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의 활용도를 높일 경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 노후자금인 연금기금이 정부의 새로운 곳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기금운용위원회 아래 상설기구인 기금투자정책국, 성과평가국, 준법감시국 등을 별도로 설치해도 장기적으로 각 기구가 제 역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민연금은 현재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 이외에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 등 전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조직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 기간 중 의결권 관련 안건 70건 가운데 1건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부의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해 공사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