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관리사(마필관리사)가 잇따라 자살한 부산경남경마장(렛츠런파크부산경남)이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은 최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등에 근로감독을 벌여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모두 270건의 법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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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양호 한국마사회장. |
부산지방노동청은 5월 말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일하던 말관리사 박모(40)씨가 노동차별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부산경남본부와 32개 마방업체(조교사) 등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말관리사는 말을 길들이고 훈련하는 업무 등을 담당한다.
말관리사는 현재 마사회에서 상금을 받는 ‘마주(말주인)’가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가 말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구조에서 일하고 있다.
부산경남경마장의 마방업체는 근로계약서 사업장 미비치, 연차수당 미지급, 통상임금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례가 216건 적발됐다. 32개 마방업체 모두 연차수당과 근로자의 날에 근무한 가산수당의 일부를 말관리사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운수노조는 “12시간인 법정연장근로 한도를 어긴 사업장이 32개 마방 가운데 28개로 나타났다”며 “말관리사와 관련해 그동안 노조가 제기해온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은 마사회 부산경남본부가 19건, 마방업체가 3건 적발됐다. 부산경남본부는 5건, 마방업체는 1건의 산업재해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는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부산경남경마장에서 벌어진 조교사 갑질사례, 노동법 위반, 산업재해와 관련해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부산경남경마장의 말관리사들이 연이은 동료의 죽음으로 정신적 충격이 큰 만큼 즉각적인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일하던 말관리사 이모(36)씨는 1일 과도한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사회와 공공운수노조는 박씨의 죽음 이후 말관리사의 노동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두 달 가까이 협상을 벌였으나 7월30일 최종 결렬됐다.
마사회는 4일 말관리사 문제해결을 위해 그동안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최원일 부산경남지역본부장과 방정진 부산경마처장을 직위해제하고 고중환 서울지역본부장을 부산경남지역본부장으로, 김용철 부산경주자원관리부장을 부산경마처장으로 전보조치했다.
마사회는 “부산경남경마장 소속 마필관리사 현안과 관련해 원활한 문제해결을 위해 공공운수노조의 요구에 따라 마사회 측 협상 관계자를 인사조치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