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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황창규 KT 회장이 문재인 정부 통신비 인하의 총대를 멜까?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에 이동통신3사가 반대하고 있지만 황 회장의 경우 공기업 같은 KT의 지배구조 특성상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 KT, 통신비 인하 법적대응할까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KT는 9일까지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높이는 정부 방침에 관한 의견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앞서 지난달 28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관한 의견서를 오는 9일까지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행정 절차법에 따른 행정처분 사전통지서인데 사전에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묻도록 정하고 있는 법적절차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통3사의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중순 요금할인율을 25%로 인상하라는 본처분을 내리고 9월부터 이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KT를 포함한 이통3사들은 법적 근거를 놓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정부고시에 따르면 요금할인율 산정기준은 “직전 회계연도 가입자당 월평균 지원금을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으로 나누어 산정한 비율을 기준으로 100분의 5 범위 내에서 가감할 수 있다”인데 이통사들은 100분의 5의 범위를 현행 할인율 20%에 100분의 5를 곱한 1%로 해석해 “선택약정할인율은 21%가 법적으로 최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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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황창규 KT 회장과 건배하고 있다.<뉴시스> |
KT를 포함한 이통3사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로펌에 법률검토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통사들이 소송제기와 함께 ‘집행정지가처분’을 제기하면 소송전으로 전개돼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은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택약정요금 할인율을 25%로 상향하고 이에 이통3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에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는 정부도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2012년 당시 이통사와 제조사가 서로 짜고 휴대폰 출고가를 평균 약 40%로 부풀려 이익을 챙긴 사건에서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통3사와 제조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고등법원에서 패소하자 다시 대법원에 상고해 5년째 시정명령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황창규의 취약한 입지가 KT의 약점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KT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KT가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달리 문재인 정부에 협조적 태도로 나오게 되면 이통사들의 단일전선은 무너진다.
국민들이 ‘KT는 요금인하에 협조적인데 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소송을 하느냐’라고 비판하게 될 것이고 결국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러한 비판을 예상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에 ‘울며겨자먹기’로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황 회장이 놓여 있는 특수한 상황이 KT가 다른 이통사와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지만 황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계속 임기를 수행할지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정치권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황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최순실씨 측의 인물들을 광고담당 임원으로 임명한 뒤 KT가 수백억대 광고물량을 최씨가 실소유주인 ‘플레이그라운드’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방문 당시 동행하는 경제인 사절단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T의 케이뱅크 계열사 누락 의혹과 관련해 조사검토에 착수했다.
◆ 황창규, 통신비 인하 총대 멜까
황 회장이 자리를 놓고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에 결국 협조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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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3월28일 '박근혜게이트'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황 회장은 5G 시대와 관련해 “앞으로 3년은 KT의 골든타임”이라며 KT를 위해 경영연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최근 상반기 6천 명에 이어 하반기에도 4천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KT는 8월부터 와이파이도 개방하고 한중일 와이파이 개방계획도 공개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27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면담에서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KT의 역할과 5G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황 회장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황창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황 회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 면담에서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KT의 역할과 계획을 설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KT와 중소협력사와 상생계획을 밝히며 동반성장 필요성을 말하는 등 ‘코드 맞추기’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황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에 적극 협력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49%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이 통신비 인하에 협조적으로 나설 경우 경영자로서 주주들의 이익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임 논란과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