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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환, 하나투어 시내면세점 '승자의 저주'에서 빠져나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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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이 지난해 6월9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6년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
성공한 기업인들은 종종 자기확신이 지나쳐 쓴맛을 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권을 따내거나 기업을 인수했지만 이득은커녕 손실만 안게 되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지게 된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도 시내면세점사업에서 승자의 저주에 빠져 있는데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시내면세점사업이 흑자를 기약하기 더욱 힘들어 지면서 박 회장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춘 데다 이를 대체해야할 내국인 여행객은 중소기업 면세점을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투어 시내면세점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최근 들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투어는 최근 6개 층으로 운영하던 시내면세점을 4개 층으로 줄여 운영하는 등 구조조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나투어는 시내면세점에서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면세점사업에서 영업손실 279억 원을 봤는데 올해도 영업손실 290억 원가량 낼 것으로 예상된다.
본업인 여행업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시내면세점 때문에 전체수익 성장은 발목이 잡히면서 하나투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하나투어 주가는 시내면세점사업권 획득 뒤 17만 원대 까지 치솟았다가 시내면세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내림세가 이어져 최근에는 7~8 만 원대의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시가총액도 2조 원에 육박하다 9천억 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박회장은 ‘공변자무발전(恐變者無發展,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발전할 수 없다)’ 이라는 좌우명처럼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앞세워 하나투어를 국내 1위 여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여행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장을 추진하며 성장동력을 마련했고 외환위기와 9·11테러, 사스 등 대형 고비를 맞닥뜨렸을 때에도 새로운 상품 개발과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위기를 헤쳐 나가며 국내 여행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사업확장에도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이었다. 호텔에 이어 면세점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외형을 키웠다. 그러나 시내면세점사업에서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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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환, 하나투어 시내면세점 '승자의 저주'에서 빠져나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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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투어의 시내면세점인 SM면세점 서울점. |
하나투어가 시내면세점 입찰에 뛰어든 2015년은 중국인관광객 덕분에 시내면세점들이 호황을 누렸지만 사업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이미 나오고 있었다. 특히 중소기업 면세점은 대기업 면세점처럼 인기있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갖추기 어려워 더 큰 리스크를 안고 가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한 오너 경영인들이 신사업에 혹은 인수합병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경우 그의 결심을 꺾는 것은 쉽지 않다”며 “견제장치가 될 수 있는 투자자들도 회사의 성장을 이끈 경영자의 선구안에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재계를 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가 고전한 사례가 많다.
박 회장은 2006년 당시 주가 대비 90%의 프리미엄을 붙인 금액을 지불하며 대우건설을 인수했으나 대우건설이 제몫을 해내지 못하면서 위기에 몰려 결국 그룹을 내줬고 지금은 어렵게 재건작업을 하고 있다.
윤 회장도 2007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시장 예상가의 2배에 이르는 6600억 원을 주고 극동건설을 사들였으나 건설업 불황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해 유동성 위기를 맞아 지금은 작은 웅진그룹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