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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2013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뉴시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국정감사에 나와 고개를 숙인 지도 1년이 지났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이렇게까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줄 몰랐다”며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반성할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지난해 이마트는 일반 슈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하면서 ‘이마트에브리데이’ 간판을 달아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 줘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샀다. 이른바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다.
정 부회장은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었다. 2012년 국감에 불출석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 출두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국감에 자주 불려가는 이유는 바로 '상생'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골목상권을 침해해 중소중견기업들과 영세 소규모업자들의 살 길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 정 부회장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이후 여러 차례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과 다른 상생 편의점을 내세웠다. 전통시장에 근접한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에서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식품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이런 노력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올해도 도마에 오른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국감에서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정 부회장이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 운영과 관련해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 10일 “정 부회장은 소상공인과 상생협약을 하겠다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약속했으나 꼼수를 부려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정 부회장은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 확산 문제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국정감사에 불려왔다.
정 부회장은 당시 “앞으로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은 출점하지 않고 이미 출점한 이마트에브리데이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김제남 의원은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지난해 350여 개에서 올해 7월 기준 159개로 50%가량 줄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세계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간판만 ‘E-CLUB’으로 바꾸고 사실상 신세계그룹 식품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 편의점 ‘위드미’도 거명됐다.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0일 “신세계그룹이 지난 7월1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전통시장·소상공인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협약을 한 바로 다음 날 위드미사업을 개시했다”며 신세계그룹을 비난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20억 원씩 1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상권활성화와 소상공인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한 바로 다음 날 위드미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또 이 자리에서 연말까지 점포 수를 1천 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노 의원은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협약을 한 신세계가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편의점으로 이어지는 수직 유통망 구축에 나선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할 대기업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정용진 상생행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도 할 말은 있는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신세계그룹은 상생을 강조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달 전통시장에 인접한 매장에서 신선식품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과일 29종, 채소 42종, 수산물 21종 등 92개 품목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 중곡점은 철수를 마쳤고 나머지 매장도 순차적으로 철수에 들어간다.
이마트는 92개 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연매출이 총 40억 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에 인접한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은 전국에 단 4개뿐이다. 올해 7월 기준 전국에 있는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159의 2.5%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이마트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도 상생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제기된다.
이마트가 온라인 물류센터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의 절반 정도가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판매를 중단한 신선식품이다.
특히 의무휴업인 주말에도 온라인 배송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의무휴업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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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 위드미, 정말 상생할 수 있을까
편의점 위드미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위드미를 내세우며 기존의 편의점과 다른 차별점을 강조했다.
편의점주가 편의점을 운영할 때 부담이 되는 로열티를 없앴고 영업시간도 자율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중도해지 때 위약금도 받지 않기로 했다.
위드미는 그동안 편의점업계에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불공정계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신세계그룹도 기존 대기업 편의점의 한계를 넘어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세계의 편의점사업 진출 자체가 골목상권 침해라는 의견도 많다. 로열티 대신 내야하는 월 회비 역시 점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안에 1천 개의 매장을 내겠다고 밝힌 것도 골목상권을 생각하지 않고 출점경쟁에 힘쓰겠다는 뜻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위드미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2500여 개의 매장을 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위드미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출점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는 과정에서 다른 중소 상공업자나 편의점 사업자 등이 피해를 보게 된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세계그룹이 내달 여는 하우스맥주전문점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하우스맥주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맥주가 아닌 소규모로 생산되는 맥주를 말한다. 하우스맥주 제조판매점은 현재 전국에 40여 개 정도로 시장규모가 워낙 작고 대부분 중소중견업체다.
지난 4월 정부가 이런 중소 하우스맥주업체들의 사업확장을 돕기 위해 관련 주세법을 개정했다. 하우스맥주를 제조한 영업장 안에서만 판매하도록 돼있던 관련 규제를 풀어 하우스맥주를 다른 맥주전문점이나 레스토랑 등 영업장 외부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그 수혜는 신세계그룹이 입게 됐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맥주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하우스맥주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 올해 국감은 무사히 넘어갈까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일단 국정감사 증인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세계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516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2억 원이 늘었다.
전체 매출 1조1774억 원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43.8%였다. 롯데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의 유통 대기업 가운데 가장 높다. 롯데그룹의 상반기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10.2%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에도 유통 빅3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그룹 계열사 15곳을 통해 이뤄진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183건이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내부거래의 98% 이상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낳았다.
신세계그룹은 당시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푸드사업의 거래를 할 수 있는 작은 회사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유통업을 하는 롯데그룹이나 현대백화점그룹에 비해 신세계그룹의 경우 내부거래비중이 올해 상반기에도 현저히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런 해명이 통하기 어렵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2012년에도 정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소유한 신세계SVN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것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40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