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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의 낙마 이후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기업 색채가 짙은 민간기업들은 수장교체로 홍역을 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KT와 포스코, KT&G 등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 기업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하 사장의 사임이 ‘남의 일’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성용 사장이 20일 개최되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하 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와 한국항공우주산업 주변에서 최근 발생되고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이사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처지로 내몰렸다. 하 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리온헬기사업 관련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개인비리 의혹 외에도 사장 연임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과 유착관계 의혹을 받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주인없는 회사’로 불리는 공기업성 민간기업도 인사태풍의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과거 정부가 주인이었다가 민간기업이 된 KT와 포스코, KT&G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하 사장이 자진사퇴를 선택하면서 재계의 시선은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으로 쏠리고 있다.
KT와 포스코 모두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게이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특히 황 회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정의당에서 계속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인가와 관련해 박근혜 게이트에 협조한 대가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황 회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1차 임기 3년 동안 급여가 가파르게 증가해 KT 내부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은 연봉으로 취임 첫해인 2014년 연봉 5억700만 원, 2015년 12억2900만 원, 2016년에 24억36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KT 측은 황 회장이 흑자전환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하지만 그 흑자전환이 취임 첫해 8천여 명의 희망퇴직의 고통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으로 볼 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KT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 1차 임기 동안 임직원 평균임금률이 4%대 오른 점을 감안하면 황 회장의 연봉은 해마다 2배씩, 3년새 무려 4배나 오른 것이어서 내부에서 ‘황의 연봉법칙’이란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회사 안팎의 이런저런 불만들은 KT나 포스코로서는 리스크나 다름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 성격이 짙은 민간기업의 수장 자리를 노리고 자천타천 인사들이 많고 이 과정에서 여러 비리와 관련한 제보들이 청와대 등에 들어가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사장을 지낸 한 인사는 “정권이 바뀌면 일단 사표를 내고 재신임을 받는 것이 차라리 낫다”며 “그렇지 않고 버텼다가는 명예퇴진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사표를 제출했고 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 ‘현명한 처신’이라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