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올해 급등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상보다 더 강력한 호황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증설효과가 나타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대응전략에 채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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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19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평균가격은 역대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업체들의 공급량은 거의 늘어나지 않아 부품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의 매출규모는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4191억 달러(4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의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2% 늘어나는 데 그치고 D램 출하량은 오히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가격상승이 전체 시장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기업들의 D램 투자가 생산증설보다 공정기술 개선에 집중되며 공급부족이 계속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역시 수요증가로 큰 폭의 가격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D램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63%, 낸드플래시는 33%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각각 1997년과 2000년에 기록했던 기존 역대 최고 가격상승폭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기업들의 증설투자효과가 본격화되며 하반기부터는 가격상승세가 소폭 사그라든 뒤 이르면 내년부터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으로 업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기업들이 올해 3D낸드 생산투자에 사실상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투자효과가 결국은 향후 1~2년 사이 공급과잉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 경쟁자로 꼽히지 않았던 중국 반도체기업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3D낸드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며 물량공세에 가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C인사이트는 D램 가격상승 속도도 3분기에는 크게 둔화한 뒤 4분기부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봤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D램 호황기가 한계를 맞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의 호황에 가장 수혜를 봐 올해 일제히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에 의존이 높은 사업구조가 업황악화의 타격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만큼 향후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7월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규모의 평택 반도체공장 등에 이미 40조 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원가절감능력을 강화해 가격하락 타격을 방어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대규모 투자의 효과를 보지 못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3D낸드의 생산비중도 낮아 향후 본격적인 증설경쟁의 효과가 나타날 경우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3D낸드 생산비중을 더욱 끌어올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시장 성장세에 비해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PC시장의 성장세는 비교적 낮다”며 “올해 반도체 호황기의 배경에는 외형성장보다 가격상승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