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정씨가 이 부회장의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불리한 증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는데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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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라씨. |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은 정유라씨의 증언으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다시 힘을 얻게 됐다.
정씨는 12일 이 부회장 공판에서 ‘삼성이 말세탁 과정을 몰랐을 리 없다’ ‘코어스포츠에서 650만 원씩 받아 생활비로 썼다’ ‘독일에서 나만 삼성그룹의 승마지원을 받았다’ 등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특검은 핵심증거로 내세웠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 채택되는 데 그쳐 김이 빠진 상황이었는데 뜻밖의 혐의입증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정씨는 재판에 불출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다 돌연 출석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정씨는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6월 27일 공판에서 삼성그룹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추가 증인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명단에 정씨도 포함됐다.
정씨는 삼성그룹 승마지원의 최종 수혜자이기 때문에 그의 진술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뇌물죄를 입증할 만한 폭탄 증언들을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촌언니인 장시호씨가 아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재판과 수사에 협조했던 것처럼 정씨도 영장이 다시 청구돼 구속되는 상황을 면하려는 방편으로 검찰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씨의 럭비공 같은 성격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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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은 “정유라씨는 여과없이 얘기한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준으로 (최순실씨와) 삼성과 관계를 밝히는 핵심증언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른들의 거짓말이 다 탄로 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법정 진술은 이 부회장,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 박근혜 게이트 핵심 피의자들의 뇌물혐의 재판 증거자료로 두루 활용될 수 있다.
재판부가 다르긴 하지만 사건이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다른 공판에서 한 진술이라도 증거로 채택할 공산이 크다.
정씨의 변호인단은 정씨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혹스러워했다.
최순실씨와 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오태희 변호사는 “살모사 같은 행동으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보다 (정씨가)더하다”며 “신뢰관계가 이미 깨진 상황이라 개인적으론 정씨에 대한 사임계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