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뒤 외풍을 막고 일관된 경영을 위해 선진 지배구조를 정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황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탓에 이런 약속이 이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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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3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2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4일 재계와 KT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T는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췄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지만 황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를 받아들이고 광고물량을 최순실씨 측에 몰아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됐다.
KT 홈페이지에 KT가 윤리경영 기반의 경영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사례로 이사회의 독립성, 주주가치 제고,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KT 이사회가 회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T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며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이런 구조는 사외이사와 CEO가 담합할 경우 회사 경영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KT 정관에 따르면 KT 회장은 이사를 추천할 수 있고 추천한 인사는 결격사유 등 이변이 없는 한 이사회 동의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사내이사가 아닌 임원의 경우 바로 선임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6명이 황 회장 재임기간에 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CEO추천위원회를 놓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KT는 회장후보를 추천하는 CEO추천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 CEO추천위는 그를 상대로 적격성을 따져 다음 회장후보로 추천할지를 결정한다.
현직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거나 큰 과오가 발견될 때만 새로운 후보를 찾기 때문에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사실상 차기 회장후보로 추천되는 셈이다.
정관에 회장의 연임횟수에 제한도 없어 CEO추천위원회 구성원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 무제한 연임도 가능하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황창규 회장은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으로 KT에 대한 정권개입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황 회장 퇴진은 KT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 등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황 회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바탕에 KT의 지배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이대로 KT를 놔두면 IT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국회 차원에서 회장 사퇴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KT 지배구조 악습을 없앨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회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연임에 성공한 뒤 선진 지배구조 정착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로 구체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지난 4월28일 기업설명회에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일관되고 투명한 경영활동을 위해 임직원, 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공감대를 확보해 글로벌 최고수준의 선진 지배구조를 정착하겠다"고 말했다.
KT 안팎에서 KT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는 쪽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중투표제란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받아 후보자 1명 또는 수명에 집중하여 투표할 수 있고 후보자들은 득표수 순으로 일괄 선임되는 제도를 말한다.
1998년 개정된 상법에서 도입됐지만 현행법은 집중투표제를 원하지 않는 기업은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의결로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들은 정관변경을 통해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규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결격요건을 강화하고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 추천 각 1인을 의무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