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용산 유엔사 부지를 품에 안으며 부동산 디벨로퍼(개발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엄 회장은 과거 대형출판사를 경영하다 27년째 부동산시행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1세대 부동산 디벨로퍼다.
|
![용산 유엔사 부지 차지한 일레븐건설 회장 엄석오는 누구?]() |
|
▲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 |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7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유엔사 부지의 입찰에서 부동산 시행사인 일레븐건설이 땅을 낙찰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유엔사 부지의 공급예정가격을 8031억 원으로 정했는데 일레븐건설이 이 가격보다 무려 31%나 많은 1조552억 원을 써내 최고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유엔사 부지 입찰에는 대형건설사와 시행사 등 모두 6개 기업이 단독이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일레븐건설이 공격적인 베팅을 통해 다른 건설사들을 제치고 서울시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유엔사 부지를 가져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레븐건설은 주택건설과 분양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삼아 1991년에 엄석오 회장이 설립한 부동산시행사다.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신영과 MDM 등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부동산 디벨로퍼기업으로 꼽힌다.
디벨로퍼는 주택단지나 도시를 개발할 때 땅을 사들인 뒤 기획과 설계, 홍보 등을 총괄하는 기업이나 기업인을 말한다.
엄 회장은 일레븐건설을 세운 뒤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1990년대 말에 경기도 용인시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몇 차례 진행하며 대형개발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9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 상현리 일대에 573가구의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한 뒤 2001년에는 용인시 신봉동 일대에서 LG건설(현 GS건설)이 시공한 3600여 가구 규모의 신봉동자이 개발사업을 주도했다. 서울시 강동구에서도 강동역SK허브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했다.
2008년에는 용인 성복동에서 성복힐스테이트와 성복자이 등 3600여가구를 분양하면서 사세를 급격하게 키웠다. 용인권에서 분양된 유명한 아파트단지들은 대부분 엄 회장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엄 회장은 자체 아파트브랜드인 ‘파크사이드’와 오피스텔브랜드인 ‘유니큐브’를 통해 시공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부동산사업 전반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레븐건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연매출 2천억 원 이상을 냈다.
엄 회장은 과거에 출판사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땅끝마을’ 전라남도 해남 출신으로 20대에 서울로 올라와 전집류 책을 파는 ‘북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책을 팔아 번 돈으로 출판사 ‘양우당’을 설립했다. 엄 회장은 양우당에서 20~30권짜리 전집류 60여 종을 시장에 선보이며 출판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양우당은 1980년대에 국내 대형출판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출판사업이 시들해지자 출판사업에서 손을 떼고 부동산사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번 돈으로 소형건물을 짓거나 임대하는 사업을 간간이 병행했는데 이 노하우를 살려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면서 남의 돈을 쓰지 않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부동산시행사들이 어음을 쓰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사실상 빚 위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비교된다.
엄 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현금거래만 하고 요즘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너무 복잡해서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른다”며 “내 돈 주고 땅을 사서 빚 없이 사업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