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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참여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여러 부분에서 비교된다.
두 사람 모두 진보 성향의 교수로 재벌개혁의 칼을 쥐게 됐다는 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강 전 위원장이 재벌대기업에 강경책을 쓴 반면 김 위원장은 오히려 유화책을 꺼내들고 있어 그 효과가 주목된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3일 4대그룹 최고경영진을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경제민주주의와 재벌개혁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4대그룹 간담회는 참여정부에서 첫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위원장이 4대그룹 총수 및 경영진을 만났던 점과 비교된다.
강 전 위원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멤버로 재벌문제 등을 연구해 온 진보적 경제학자다.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공정거래위원장에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고 예상대로 위원장에 발탁됐다.
강 전 위원장은 2003년 4월 취임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간담회를 했다.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 부회장, 민충식 전 SK 전무, 정순원 전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당시 간담회는 다소 경직된 분위기였다. 간담회를 하루 앞두고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고용허가제 유보와 출자총액규제 완화 등을 주장하는 등 재계가 노무현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 전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경제단체가 집단 대국민성명으로 개별 정부정책에 시비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경고하면서 대치양상이 벌어졌다.
강 전 위원장은 4대그룹 간담회 직후 출자총액규제 강화,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보유지분 의결권 제한, 총수일가 지분공개 확대 등을 담은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마련했다. 재계의 반발에도 여러 사전규제들을 확대해 도입하면서 많은 마찰이 빚어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강 전 위원장에 비해 취임 초반 다소 온건한 태도를 나타낸다. 23일 회동에서 기업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간담회에 참여한 기업인들도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무리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최대한 인내심으로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언론인터뷰에서도 “법으로 현실을 고치는 것은 하책”이라며 대기업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재벌은 향후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며 “재벌이 우리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주기를 기대하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초반 행보에서 강 전 위원장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언제 4대그룹 총수를 만날지도 관심사다. 강 전 위원장은 4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난 지 1년이 지난 후 2004년 4대그룹 총수 연쇄회동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경우 이보다 이른 시점에 총수들과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당초 이번 간담회도 총수들과 만나는 자리로 추진하려다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 이후 개별 그룹과 대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전문경영인과 만남을 계기로 4대그룹 총수들과 개별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