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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의 딜레마,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10-06 2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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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의 딜레마,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우리은행이 네 번째 민영화 출발선에 섰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매각 입찰공고를 냈다.

공자위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6.97% 가운데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지분 30%를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 입찰마감일은 오는 11월28일이다.

우리은행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현재까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올해 초 우리은행 인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은행 매각 공고가 난 뒤 교보생명은 공식적인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내부에서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등 4대 금융지주도 잠재적 후보지만 입찰참여에 난색을 표시하고있다. 국내외 사모펀드가 우리은행에 관심을 보인다는 말도 나오지만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 ‘먹튀’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탓에 적극적이지 않다.

공자위는 경영권 지분매각이 유찰될 경우 마감기한을 연기하더라도 참여자를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인수후보가 나서지 않아 유찰될 경우 우리은행 민영화는 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

공자위는 유찰을 막기 위해 예비입찰을 앞두고 국내외 금융사를 상대로 3개월 동안 사전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달 중 해외에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기업설명회(IR)도 연다.

우리은행은 과연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 신창재와 교보생명에게 절호의 기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1월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우리은행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10년 전에도 은행 인수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은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구체적 매각조건이 나오면 (우리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사들일 경우 사업다각화와 시너지 창출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교보생명은 총자산 및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이어 3위 생명보험회사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로 보험시장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신 회장이 우리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우리나라 최초로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어슈어뱅크’가 탄생한다. 또 교보생명은 교보증권과 교보악사자산운용 등 현재 6개 금융자회사에 은행을 더해 종합금융지주사로 도약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교보생명(78조5711억 원)과 교보증권(4조9382억 원)의 총자산은 83조5093억 원이다. 여기에 우리은행 총자산 249조1398억 원을 더하면 전체 자산이 약 333조4941억 원에 이른다.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1위인 신한금융 총자산 311조2968억 원보다 더 규모가 커진다.

은행에 수익원이 쏠린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총자산에서 은행부문의 비중은 74%에 이른다. 다른 26%는 보험과 증권 및 카드 등으로 나뉜다. 현재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사업다각화가 잘 된 신한금융(은행 69%, 비은행 31%)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한 캐나다의 타이거홀딩스 등 외국계 주주들의 수익성 극대화 요구도 충족할 수 있다. 교보생명 최대주주는 신 회장(33.8%)이지만 외국계 주주도 지분을 합치면 총 48.1%에 이른다. 이들은 교보생명의 성장이 정체된 데 불만을 제기해 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매각은 교보생명이 은행을 보유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며 “은행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던 신 회장이 이것을 놓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재의 딜레마,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난 2월13일 열린 '한국소비자학회 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 신창재, 3조 원 인수가에 ‘오너’ 논란 부담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금이다. 신 회장도 지난 4월 “우리은행 매각가격이 너무 비싸면 안 사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30%를 인수하는 데 약 3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교보생명의 현금동원력이 약 1조3천억 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혼자 힘으로 우리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

교보생명의 경우 부채비율이 낮아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약 1조7천억 원의 부채가 순식간에 생기는 것은 큰 부담이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열린 우리은행 민영화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교보생명의 자금동원 능력이 충분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외국계 투자자나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지난 7월 앙리 드 카트리에 악사그룹 회장과 만나 우리은행 인수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해외자본과 손을 잡고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면서 일으킨 ‘먹튀’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론스타는 2003년 사들인 외환은행 경영권을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넘기면서 막대한 차익을 얻어 비판을 받았다.

우리은행 노동조합도 지난 1일 교보생명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노조는 “교보생명의 컨소시엄에 해외자본이 참여할 경우 론스타처럼 먹튀할 우려가 크다”며 “한국의 대표적 토종은행인 우리은행을 해외에 팔아치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공자위 등 금융당국은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의 ‘오너’를 인정하는 격이 되는 점을 우려한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교보생명의 개인 대주주인 신 회장이 우리은행에 실질적 오너십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금융당국이 결국 주인이 있는 은행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삼성그룹이나 현대그룹 등의 은행 소유를 인정하지 않은 만큼 특혜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도 고민

신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에 뛰어들더라도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매각 입찰에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오히려 걱정해야 한다. 교보생명만 참여할 경우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입찰 자체가 무산된다.

우리은행의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명됐던 신한금융, 하나금융, KB금융, NH농협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초 금융사 인수합병과 관련해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우선이며 가격이 싼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의 경우 2012년 우리은행 3차 매각공고 당시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LIG손해보험 인수에 6400억 원을 투자한 상태로 자금여력이 많지 않다. 더욱이 KB금융사태로 우리은행 인수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다.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도 현안 때문에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형편이고 NH농협금융도 우리금융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을 2조 원에 인수해 자금여력이 많지 않다.

한때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신종백 새마을금고 회장은 지난 7월 내부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우리은행 인수를 검토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지분이 너무 복잡하게 나뉘어져 경영권 행사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인수전 참여의향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재의 딜레마,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  
▲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지난 6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견을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우리은행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이유


금융권 전문가들은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매각 입찰에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로 ‘실속이 없다’는 점을 든다. 3조 원 이상의 인수가격에 비해 우리은행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너무 적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2.98%로 다른 은행들의 평균 수치인 4.57%보다 훨씬 낮다. 향후 3년 동안 평균 경상 자기자본이익률 추정치도 5%대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기업이 투자자의 자본을 이용해 올린 이익을 보여주는 수치로 금융사의 대표적 이익창출능력 지표다.

우리은행이 사실상 정책금융기관으로 일하면서 부실기업과 많이 거래한 것도 약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계열 14개와 관리대상 계열 2개 등 총 16개 기업에 6조6천억 원의 자금을 빌려줬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은행을 인수했을 때 그만큼의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업 자체가 장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우리은행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예금액은 줄어든 반면 자금을 운영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은행업계 수익률이 전체적으로 크게 떨어진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1조8천억 원에서 지난해 3조9천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11년 2.2%였던 평균 순이자마진(NIM)도 2013년 1.73%로 떨어졌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만든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이것이 감소한 것은 은행이 예금과 대출을 통해 얻은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자수입에 의존했던 국내은행이 저금리에 직격탄를 맞았다고 본다. 국내 은행의 수입 가운데 90%는 대출이자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국내 은행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 외에 확실한 수입원이 없었다”며 “여름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했다가 갑자기 저금리라는 가을을 맞아 추위에 떨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업계 불황이 워낙 심각해 정부가 아무리 밀어줘도 우리은행 인수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창재의 딜레마,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  
▲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과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6월23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소수지분 매각에 외국자본과 대기업 참여할까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30%를 제외한 26.97%의 매각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소수지분입찰 흥행을 위해 1주당 0.5주의 콜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를 결정한 뒤 이달 말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공고를 낸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웰링턴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금융회사와 사모펀드가 소수지분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과 KT, 포스코 등도 우리은행 소수지분매각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우리은행 매각공고 이후 소수지분입찰 참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참여할 경우 생명보험사의 경쟁을 막기 위해 인수 지분량을 9% 이하로 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리은행 소수지분입찰 참여를 생각하고 있다”며 “콜옵션 부여에 따라 9월 매각공고 이후에도 계속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지난 2011년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우리은행과 민영화 관련 포괄적 제휴를 맺은 적이 있다. 당시 KT는 우리은행에게 비씨카드 지분 20%를 받는 대가로 우리금융 민영화에 우호주주로 참석할 것을 약속했다.

포스코는 2006년 적대적 인수합병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지분 1.5%를 3800억 원에 사들이며 백기사 역할을 했다. 포스코가 이번에 반대로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은행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가 높아 소수지분입찰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주가는 6일 종가 기준으로 1만2550원이다.

해외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퍼지면서 해외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해외 투자설명회에서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전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외투자자를 모으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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