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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떠난 팬택 5개월만에 또 워크아웃 신청

박은희 기자 lomoreal@businesspost.co.kr 2014-02-25 17: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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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벤처기업의 신화’로 손꼽히는 팬택이 또다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선택했다. 창업주인 박병엽 부회장이 떠난 지 5달 만이다. 팬택은 선제적 워크아웃을 통해 새 투자자 찾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엽 떠난 팬택 5개월만에 또 워크아웃 신청  
 
팬택은 25일 중장기적 생존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팬택 관계자는 이날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증장기적 생존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추진한다”며 “마케팅 강화, 신기술 R&D 역량 제고에 필요한 외부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2개월만에 두 번째 워크아웃


팬택의 이번 워크아웃은 두 번째다. 지난 2011년 12월 첫 번째 워크아웃 졸업 이후 26개월만이다.


지난 2007년 4월 팬택은 유동성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한 팬택은 그해 3분기부터 2011년 4분기까지 누적매출 10조1777억원, 누적 영업이익 7130억원을 내는 등 18분기 연속영업흑자를 달성하며 4년8개월만인 2011년 12월 독자 경영의 길로 돌아왔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 이후의 상황 역시 가시밭길이었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개편되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가 강화되면서 팬택은 입지를 넓히기 어려웠다. 해외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 점유율마저 떨어졌다. 2012년 초 팬택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 가량이었으나 지난해 초 15%, 그리고 현재 10%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약 200억원을 투자해 베가 아이언과 베가 LTE-A 등 베가 시리즈를 선보였으나 적자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이 때문에 2012년 3분기에 5년 만의 첫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팬택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2012년 3분기 팬택은 영업손실 179억원을 기록했으며 2013년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77억원, 4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 누적 손실은 2496억원에 이르렀다.


팬택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퀄컴에서 245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 등의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초강수 자구책에도 유동성 확보 실패


이번 워크아웃에 앞서 지난해 9월에도 팬택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고강도의 사업구조 혁신을 단행했다.


당시 그동안 ‘팬택 신화’를 이끌어온 박병엽 부회장이 경영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또 팬택은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국내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사업재편에 맞춰 운영인력의 30%를 감축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팬택은 지난해 4분기에는 직전분기에 기록한 1900여억원에 달하는 적자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올 1월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를 달성하는 등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다.


하지만 팬택은 지난해 이후 이렇다 할 투자유치를 이뤄내지 못했다. 삼성과 애플로 쏠림현상은 지속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등 글로벌 업체들의 인수합병 등에 따라 경쟁구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하면서 팬택의 자금줄은 사실상 막혔다. 때문에 팬택과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단은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워크아웃 추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논의한다.


‘벤처 신화’ 박병엽 전 부회장은 누구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은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리는 팬택의 창업자이자 20년 넘게 팬택을 이끌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호서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1987년 맥슨전자에 입사해 무선전화 영업을 했다. 그러다 29살 때인 1991년 전세금 4000만원으로 팬택을 설립해 무선호출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1997년부터는 CDMA이동전화 단말기(휴대폰)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어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스카이)를 인수합병하면서 지금의 팬택을 만들었다. 특히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떠오르면서 휴대폰 3강 체제를 굳혔다.


그러나 2006년 모토로라의 휴대폰인 레이저의 열풍과 세계 금융환경 악화로 2007년 4월 팬택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당시 박 부회장은 4000억원어치의 지분과 창업자의 권리까지 포기하며 채권단을 설득하는 등 팬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왔다. 그는 워크아웃 돌입 뒤에도 채권단의 요청으로 팬택의 경영을 계속 맡으면서 ‘팬택은 곧 박병엽’이라는 등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는 결국 지난해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8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감이 결정타였다고 해석했다.


박 부회장은 순직한 직원의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나이 많은 임원에게는 ‘형님’,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쓸 정도로 직원들과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한 ‘의리 경영’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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