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위 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가 회사를 둘로 나눈다.
HP는 중국업체 레노버에게 밀리고 매출이 감소하는 등 PC 및 프린터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사를 통해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서비스에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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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HP) CEO |
HP가 내년에 기업용 하드웨어 및 서비스사업과 PC 및 프린터사업으로 분사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멕 휘트먼 HP CEO는 PC 및 프린터사업부 회장과 기업용사업부 CEO를 겸직한다. 기업용사업부는 패트리샤 루소 사외이사가 경영을 맡고 PC 프린터 사업부 임원인 디온 와이즐러가 PC 프린터 사업부 CEO로 승진한다.
HP는 아직 공식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는 HP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PC 및 프린터사업을 분사해 실적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HP는 앞으로 기업용 컴퓨터 서버, 네트워크, 데이터 저장(스토리지)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만 초점을 맞춰야 더 나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며 “최근 사업부 분사나 분리 후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HP의 PC 및 프린터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55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7.1%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회사 전체 매출도 6.7% 줄어들었다. 또 PC 및 프린터 부문 영업이익은 48억4천만 달러로 기업 서비스 부문에서 거둔 58억5천만 달러보다 뒤졌다.
이에 따라 HP는 지난 5월부터 최대 1만6천 명 수준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해 오고 있다.
HP는 세계 최대 PC제조사 자리도 지난해 레노버에 내줬다. 레노버는 올해 IBM의 PC사업까지 인수하면서 시장 1위 수성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 두 사업부의 연계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도 분사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모바일 컴퓨터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두 사업 사이의 연결고리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휘트먼은 HP에게 민첩성과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분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P는 이전에도 PC사업부 분사를 추진한 적이 있다. 2011년 영국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노미 인수를 발표하면서 PC사업부 분사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대와 레오 아포테커 전 CEO의 사퇴 등으로 두 달 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IT전문매체 PC월드는 “IBM과 같은 전통적 IT업체들은 이미 PC하드웨어 사업을 떠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으로 초점을 돌렸다”며 “현재 남아있는 업체들도 시장에서 이탈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