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프리미엄 브랜드에 이어 중저가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및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저가 브랜드를 앞세워 출혈 경쟁이 심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 양 날개로 날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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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
25일 삼성에버랜드 등에 따르면 삼성의 중저가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지난해 매출 1300억원을 달성했다. 온라인을 비롯해 25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출시 2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국내 시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브랜드의 잠재 경쟁력을 증명받았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에잇세컨즈를 향후 새로운 주력 브랜드로 삼으려 한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 제품은 여전히 빈폴이지만 에잇세컨즈를 비롯해 빈폴아웃도어 등이 새롭게 패션 부문에서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에잇세컨즈를 놓고 올해 상품•영업•마케팅•유통 등 브랜드 전반을 업그레이드해 내년 봄여름 시즌에 맞춰 중국 1호점을 개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언니 이부진 사장과 함께 8%만 소유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삼성과 관련된 주식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사장으로서는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을 통해 언니 이부진 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사장은 패션부문을 5년 안에 50% 이상 급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매출은 1조7751억원이었다. 삼성에버랜드 매출 3조69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올해부터 삼성에버랜드에서 패션부문이 최대 매출처가 되는 만큼 이 사장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이 사장은 에잇세컨즈의 장기적인 목표 시장을 국내보다는 해외에 두고 있다. 이 사장은 1년 중 3분의1을 중국 등 해외에서 지낼 만큼 글로벌 시장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라, 유니클로, H&M의 약진과 함께 신규 브랜드 조프레시, 지유, 코스 등이 추가로 들어와 2차 전쟁까지 예상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김정미 에잇세컨즈 상무는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일본•북미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 아시아 톱3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경쟁업체인 이랜드의 중저가 브랜드 ‘스파오’의 성공과 무관치 않다. 이랜드 스파오는 이미 중국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의 최대 상권이자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에 스파오 1호 매장을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는데 개점 사흘 만에 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랜드는 2015년까지 스파오를 중국 내에 50개 매장을 개점하며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중저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자라보다는 30% 저렴하지만 유니클로보다는 트렌디한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아시아인의 체형을 세세하게 분석해 맞춤 의류 상품을 내놓고 재방문을 위한 층별 공간별 동선을 고려해 매장을 설계한 것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스포츠브랜드 ‘라피도’와 프리미엄 브랜드 ‘빈폴’, ‘엠비오’ 등도 사업을 확대한다. 2년 전 런칭한 ‘빈폴 아웃도어’도 25일 상해 대형 쇼핑몰 정대광장에 3호점을 냈다. 빈폴은 지난해 160개 매장을 확보하며 내실을 다졌다. 빈폴 측은 “중국 현지 백화점 내 캐주얼군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빈폴 매장도 속속 생기고 있다”며 “중국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