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기업이자 경쟁자인 애플과 구글이 인공지능 반도체 자체개발에 나서며 콘텐츠기업의 한계를 넘어 반도체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콘텐츠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 등 신사업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경쟁력이 핵심으로 자리잡게 되자 서비스의 경쟁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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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 반도체기업으로 변신해 맞대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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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극비리에 연구팀을 꾸리고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음성과 이미지 인식의 정확도를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로 알려졌다.
그동안 애플은 음성서비스 ‘시리’와 아이폰 인터페이스 등에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공지능을 적용했지만 이제는 연산능력을 높인 자체 반도체를 통해 기술력을 대폭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서 앞서나간 퀄컴과 엔비디아, 구글을 뒤따르고 있다”며 “결국 최종목표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자율주행차 반도체 개발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짧은 시간에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병렬식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반도체보다 빅데이터기술 적용과 자율주행차의 사물인식 향상 등에 매우 유리하다.
엔비디아와 인텔 등 반도체기업은 인공지능 반도체를 향후 서버업체와 완성차기업 등에 공급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하드웨어사업에 거의 경험이 없다. 애플도 아이폰 등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를 자체설계하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까지 뛰어들기는 넘어야 할 기술장벽이 높다.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반도체 개발에 나선 이유는 자체 서버사업의 고객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한 뒤 이들이 축적하는 정보를 모아 검색과 콘텐츠사업 등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자체개발 반도체를 외부에 공급하지 않기로 한 만큼 기업들은 구글의 인공지능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등을 활용하려면 자체 서버를 이용하는 대신 구글 클라우드에 가입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구글은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한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계 1위인 커제 9단의 바둑대결을 진행하며 고객사 확보를 노려 반도체기술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나섰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할 경우 다른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들여오는 것보다 자율주행차 등 고난이도 기술발전에 더 유리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애플의 반도체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선 인공지능 반도체가 주력제품인 아이폰에 가장 먼저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마트폰에 인공지능과 음성서비스를 적용해 사용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이미 유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애플이 가장 앞서나가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갤럭시S8부터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를 적용하며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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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 반도체기업으로 변신해 맞대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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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알파고에 적용한 머신러닝반도체 TPU(텐서프로세서유닛). |
포브스는 애플이 아이폰에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하면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거나 상황을 인식해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등 다양한 편의기능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음성명령과 안면인식을 통한 생체인증기능의 정확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의 아이폰 사용자를 통해 확보한 수많은 이미지와 음성, 사용정보 등이 빅데이터 형태로 축적되면 현재 개발중인 자율주행기술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경쟁이 치열해지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우위를 점할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구글과 애플은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나서며 퀄컴과 엔비디아, 인텔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과 맞경쟁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기업들이 점점 소프트웨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IT기업들이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것도 신산업 발달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해석된다.
구글은 최근 ‘모바일 퍼스트’ 전략이 이제는 ‘인공지능 퍼스트’ 전략으로 바뀌었다며 적극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애플은 인공지능 관련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기업들은 PC와 모바일시장의 둔화에 대응해 신사업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세계 최대 IT기업들을 새로운 경쟁자로 맞이하게 돼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사업설명회에서 “구글과 같은 IT기업들은 직접 출시하는 서비스와 관련된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시장변화에서 반도체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사업영역 확대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