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
제2롯데월드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제2롯데월드는 앞으로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야 한다.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에 대해 조건부 승인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조기개장을 신청한 지 넉달 만이다.
제2롯데월드의 미래를 낙관하기에 아직 이르다. 롯데그룹은 서울시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만큼 향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핵심은 안전과 교통이다.
제2롯데월드의 운명은 롯데그룹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미래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임시’이자 ‘조건’ 붙은 승인
서울시는 2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사사용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시민 대상 사전개방(프리오픈)과 추가 안전점검, 관계부서·유관기관 협의, 2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자문단 검토 등을 거쳐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시민안전 확보와 교통불편 최소화를 위한 제반 대책이 마련됐고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 일자리 창출 등을 고려해 임시사용 승인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9일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을 신청했다.
그러나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송파구 일대에서 발견된 동공 등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한 안전문제가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서울시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는 4달 동안 장고 끝에 사용을 승인했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는 이르면 10월 중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시의 승인에 두 가지 단서가 달려 있다. 임시이자 조건부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승인결정과 함께 롯데그룹에 공문을 보냈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승인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
|
|
▲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2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사용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 서울시가 내건 4가지 조건
서울시가 내건 조건은 모두 4개다. 공사장 안전대책, 교통수요 관리대책, 석촌호수 관련 대책, 건축물 안전대책 등을 지속적으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당장 타워동 공사장 낙하물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망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긴급재난에 대비해 CCTV와 방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타워동 주변부 방호데크 설치구역도 확대하고 첨탑 구조물 조립공사 등에 대해서 작업계획서를 사전에 승인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교통 관련 대책도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주차 예약제와 주차요금 완전유료화 등 자가용 차량 이용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교통상황이 악화될 경우 임시사용 승인 취소와 주차장 폐쇄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롯데그룹은 석촌호수 주변 안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석촌호수 주변 안전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석촌호수 수위저하 및 주변 지반침하의 원인이 제2롯데월드 공사와 관련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경우 롯데그룹은 제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승인이 취소된다.
서울시는 이밖에 예기치 못한 위험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승인취소를 포함해 공사중단, 사용금지, 사용제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시개장 이후에도 대책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제2롯데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석촌호수의 한강수 공급량과 수위변화 정보 등을 실시간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환영하는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는 2016년 말 준공 예정인 123층(555m) 짜리 초고층 건축물이다. 완공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이번에 서울시로부터 임시 사용승인을 받은 곳은 저층부 3개 동이다.
저층부 3개동은 지상 6~8층 규모로 쇼핑몰동과 엔터테인먼트동, 에비뉴엘동으로 구성됐다.저층부만 개장해도 하루 이용 인구가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롯데그룹은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안전과 교통문제 등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서도 거듭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그룹은 “서울시에서 철저한 점검을 통해 임시사용을 승인한 만큼 롯데월드몰을 가장 안전한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시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입장을 적극 수용해 철저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
|
▲ 신동빈 롯데 회장이 5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
◆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는 서울시
서울시가 지난 4개월 동안 숱한 논란에 불구하고 저층부 조기개장을 승인한 것은 현재의 안전점검 시스템 아래에서 승인을 내리지 않을 명분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자문단과 각 부서가 지난 7월과 8월에 걸쳐 벌인 점검에서 교통과 안전 등 전 분야에서 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교통문제와 관련 사업비 분담비율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올림픽대로 하부미연결구간 도로개설 공사도 롯데그룹이 1천억 원대의 건설비용을 부담하기로 결론났다.
서울시 시민자문위원회 위원들도 26일 마지막 회의에서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허가를 해줘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민이 참여하는 프리오픈 행사를 열었고 이후 시민참여 종합방제훈련을 치르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제2롯데월드 개장 승인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서울시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 셈이다.
따라서 더이상 승인을 미룰 경우 역으로 비난의 화살이 서울시에 쏟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시가 승인결정을 내린 것은 경제적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승인결정이 거듭 보류되면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입점이 예정된 업체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졌다. 조기개장이 늦춰지면서 막대한 기회비용을 날리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 계속됐다.
서울시로서 제2롯데월드가 개장하면 연간 150여만 명의 해외관광객이 유입되고 연 3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관광수입이 기대되는 효과를 마냥 모른 체 할 수만 없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 무형의 경제효과도 감안해야 했다.
|
|
|
▲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
◆ 박원순과 신동빈, 잠재적 위험 피할 수 있을까
문제는 임시개장 이후다. 불안요소가 여전히 산재한 상황이어서 서울시나 롯데그룹 모두 위험요인을 안게 된 셈이다.
만약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교통체증 등 시민불편이 클 경우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닥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제2롯데월드 현장에서 자칫 인명 피해가 나면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야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의 정치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박 시장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최근 미국 출장길에서 LA의 고층건물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로스앤젤레스 시당국의 재난방재 시스템을 살펴봤다. 제2롯데월드와 관련한 박 시장의 깊은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시장과 신 회장의 운명은 롯데그룹이 앞으로 서울시가 내건 조건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는지에 달려있다.서울시가 내건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크게 발생한다면 두 사람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미 서울시에 82개 미비점에 대한 보완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탄천변 동쪽 도로 확장공사와 송파대로 지하버스 환승센터 건립 등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에 요구한 주차장 예약제도 교통혼잡을 막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실시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임시개장 이후 안전문제보다 오히려 교통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문제가 가장 불만스러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교통난이 심해질 경우 주차장을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