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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 이뤄낼까

오대석 기자 pscientist@businesspost.co.kr 2014-10-01 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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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 이뤄낼까  
▲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012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했다.

다음카카오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포털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거대 IT기업으로 거듭났다.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을 제치고 코스닥 대표기업이 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이사회 의장이자 최대주주가 됐다.

김범수 의장은 네이버 추격과 함께 글로벌시장 진출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다음과 카카오라는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이른 시간 안에 이뤄내야 한다.

김 의장의 사람을 얻으려는 욕심도 다음과 합병을 결정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음의 인재들을 탐냈던 것이다.

하지만 합병과정에서 다음의 조직은 크게 흔들렸다. 다음에서 이탈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 내부에서 카카오에 ‘먹혔다’는 인식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김 의장이 다음카카오의 결속력을 굳건하게 다지지 못한다면 다음카카오 합병의 의미는 퇴색하게 된다. 김 의장은 과감하고 빠른 결정이 장점이다.
 
그가 과감하고 빠르게 다음카카오를 하나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김범수, 조직문화와 전략 책임진다

다음카카오는 1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식출범을 선언했다.

다음과 카카오는 지난 5월 합병계약에 합의한 뒤 4개월 동안 통합법인 설립을 준비해 왔다.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합병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카카오는 서류상 사라진다.

최세훈 이석우 두 대표가 각자대표이사를 맡는다. 최세훈 대표와 이석우 대표는 각각 다음과 카카오 대표로서 합병을 이끌어 왔다. 이들은 다음카카오의 합병 시너지를 끌어낼 핵심인물이다.

  김범수,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 이뤄낼까  
▲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통합법인의 최대주주로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김 의장은 직간접적으로 40% 정도의 다음카카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개인적으로 22.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지닌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도 다음카카오 지분 17.6%를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의 보유 지분은 2조 원대에 이르러 주식부자 10위권 안에 곧바로 진입한다.

김 의장은 대표이사를 맡지 않았지만 다음카카오의 주요 정책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

이석우 대표는 “경영은 대표에게 위임했지만 회사의 주요결정이나 조직문화, 장기전략에 관해서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화학적 결합이 주요 현안인 만큼 융합을 위해 설치된 '원 태스크포스팀(TFT)'의 팀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 분출하는 다음 출신의 불만 달랠 수 있나

업계는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 물리적 결합뿐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질적 기업문화를 극복하고 화합을 이끌어내야만 비로소 합병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를 출범하며 중간관리계층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다음 쪽에서 이를 놓고 불만이 상당히 터져나왔다. 김 의장은 이를 잘 추슬러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다음카카오는 수평적 조직 문화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팀을 10개로 줄였다. 이는 이전에 예상한 18개보다 더 줄인 것이다. 규모에 따라 하위조직으로 파트와 셀을 운영한다.

최세훈 대표는 “다음카카오는 서비스별 팀, 사업비즈니스 팀, 지원쪽 팀, 정책쪽 팀 등 10개 팀으로 출발하는데 신규사업이 생기면 새로운 팀이 생기고 미션이 끝나면 해당팀은 사라지는 유연한 구조로 갈 것”이라며 “각 팀의 팀장은 임원들이 맡는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김 의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김 의장은 네이버에 있을 당시에도 팀 제도를 없앴다. 계파가 형성되고 관료화돼 혁신에 지장을 받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사옥은 카카오가 있던 판교로 정했다. 다음의 사무실은 서울 한남동에 있다. 다음카카오는 판교와 서울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 이뤄낼까  
▲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기업이미지(CI)
이런 변화들은 다음 직원들 사이에서 조직 규모가 훨씬 작은 카카오 위주로 조직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을 키웠다. 다음 직원의 수는 2600명이지만 카카오는 600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팀장의 대다수는 카카오 출신이 맡았다.

다음의 한 관계자는 “다음이 훨씬 큰 조직이지만 카카오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며 “우리가 먹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김 의장이 추진한 구조조정에 따라 없어지는 조직의 직원들 사이에서도 심한 동요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를 당하지 않지만 심리적 박탈감이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측 직원들의 나이 차이도 우려한다. 다음의 주축이 되는 인원이 40대인데 반해 카카오는 30대가 핵심을 이룬다.

일부에서 다음쪽 인사들이 대거 다음카카오를 떠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윤정 다음 NIS 이사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 이사는 다음의 창립멤버 가운데 한 명이다. 다음 카페와 블로그 등을 담당해 다음의 전성기를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음 관계자는 “기존팀을 해산해 인력을 다른 데로 돌림에 따라 나가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며 “이미 라인으로 옮긴 사람도 있고 현재 다른 업체로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 임금 올려 다음 직원 마음 달래는 김범수

김 의장은 임금상승으로 다음 직원들의 불만 달래기에 나섰다.

합병발표 이후 다음과 카카오 직원의 임금과 복지 격차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임금 격차를 방치할 경우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적대감을 느껴 통합이 힘들기 때문이다.

다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다음 사내 게시판에 다음과 카카오 직원들의 연봉과 복지 수준을 비교한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이 글에 지난 6월 기준으로 다음의 평균급여가 2663만 원인 데 비해 카카오는 4924만 원으로 격차가 크다며 인센티브나 복지도 카카오가 낫다고 지적했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지난 26일 오전 한남동 다음 사옥에서 직원들에게 연봉협상안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연봉을 일률적으로 올릴 것이며 개별협상은 10월 1일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10% 정도 인상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임금인상 결정은 김 의장의 의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음 직원은 2600명에 이르는데 일률적으로 연봉을 10%만 인상해도 연간 80억 원 이상의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 규모다.

이에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일 다음 직원들에게 “임금을 차례로 늘리는 방향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범수,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 이뤄낼까  
▲ 최세훈(왼쪽)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다음카카오의 공식출범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제3의 기업문화 만들려는 김범수


김 의장은 두 조직의 상이한 기업문화를 하나로 융합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김 의장은 이와 관련해 “두 회사의 문화를 존중해가며 제3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추구하는 제3의 다음카카오 기업문화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음카카오는 1일 기존에 쓰던 양측의 기업이미지(CI)를 합쳐 새로 내놓았다.

새 CI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서체의 ‘daumkakao’다. 다음이 써온 4가지 색과 카카오의 노란색을 빛으로 합치면 흰색, 물감으로 합치면 검은색이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는 젊음 유연함 소통을 상징한다.

최세훈 대표는 “새 CI는 다음과 카카오가 하나가 돼 소통하겠다는 의미를 나타낸다”며 “이는 앞으로 다음카카오가 함께 추구할 가치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다음과 카카오는 구성원 호칭을 영어이름으로 통일했다. 이는 카카오의 방식에 따른 것이지만 다음도 존칭 문화가 있어 양측 모두에게 큰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다음은 그동안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여왔다.

김범수 의장은 브라이언(Brian) 이석우 대표와 최세훈 대표는 각각 비노(Vino)와 윌리엄(William)으로 불린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호칭은 사내문화에서 큰 부분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기업문화를 융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 김범수, 공룡 다음카카오 속도경영 해낼까

다음카카오는 IT업계의 거대공룡이 됐다. 김 의장이 빠른 의사결정으로 거대공룡을 몰고가 네이버를 추격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한다.

김 의장은 평소에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지만 의사결정에서 과감하고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 직원들은 다음과 합병결정을 그 예로 든다. 이들은 다음과 카카오의 공식 합병발표가 나서야 합병사실을 알았다.

다음은 그동안 이사회 중심의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사업추진 속도가 느리고 과감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다 보니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고 안전한 의사결정을 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합병발표 이후 다음 임직원들을 만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때 과감한 결정이 가능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며 “같은 속도로 가면 1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2일 제주도 다음 본사를 방문해 “모바일 사업에 주력하고 사람들이 검색하기 전에 원하는 컨텐츠를 미리 보여주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의 경우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 의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빠른 대응을 요구하는 의사결정에 다음카카오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의 성공은 김 의장이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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