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자동차부품 계열사인 만도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만도를 글로벌 자율주행시장의 선두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르면 6월 안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근처에 만도의 지사를 설립해 자율주행 등의 사업소재와 기술을 찾아낼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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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그는 올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에서 자동차부품 계열사인 만도 부스에 참석해 자율주행과 관련된 부품과 기술 64종을 고객에게 직접 소개했다.
만도가 매출의 5.5%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는데 올해부터 6%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운 데도 정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지난해 10월 한라그룹 창립기념식에서 “앞으로 5~10년이 한라그룹에 정말 중요하다”며 “자동차부문에서 미래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만도는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 허가도 받았다. 이 자율주행차는 순수한 국내 기술로 제작한 레이더센서·카메라·운전자 인터페이스 등 주요 부품을 차량에 사용한 첫 사례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알고리즘도 만도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만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끌어올려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돌발상황 외에는 계속 자동으로 운행하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다른 계열사인 한라엠티스를 통해 스마트글라스 개발에도 뛰어들었는데 이 제품에 쓰일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율주행차 앞유리에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마트글라스는 안경 유리를 화면처럼 이용해 내비게이션과 카메라 등을 조작하고 이메일 등 애플리케이션(앱)을 쓸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뜻한다.
정 회장은 만도에서 특화한 자동차 제동(감속과 정지)·조향(진행방향 전환)·현가(노면진동 흡수)장치가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인 데 주목해 초기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의지가 간절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고 정상에 가 봐야 시야도 넓고 길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도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050억 원을 냈는데 2015년보다 14.81% 늘었다. 자율주행과 연관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부문의 매출성장이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의 2세 경영인으로 만도기계 전무 등을 거쳐 1997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만도에서 사원 시절을 보낸 적이 있어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 말 회사가 경영위기에 빠지면서 1999년 만도를 매각했지만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린 끝에 2008년 다시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