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이 독일, 영국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될까?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노동정책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노동법원 설립 가능성도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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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노동법원 도입을 위한 노동소송법안 등 10개 법률안 제·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률안 발의에는 김병욱 의원을 비롯해 36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노동법원이란 가정법원이나 행정법원과 같이 노동사건 만을 전담하는 전문법원을 말하는데 유럽과 남미에서 특별법원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노동사건을 일반 민사소송과 행정소송 또는 형사소송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노동법원이 도입되면 노동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의 노동분쟁 해결절차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부당해고 구제 등은 사법작용의 영역인데 노동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구제받으려면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까지 사실상 5심제를 거쳐야 한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씨는 2005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노동위원회부터 대법원까지 이어진 구제절차를 거쳐 부당해고로 확정돼도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가 벌금 처분을 받더라도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다시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판결을 받아야 한다.
노동법원의 필요성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노동법원 도입은 참여정부 당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검토됐으나 실현되지 못했고 제19대 국회에서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련 10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법안을 검토한 정재룡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의원은 “노동위원회의 심판기능을 노동법원으로 일원화함으로써 신속한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고 노동법원에 노동사건 전문법관을 배치함으로써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근로자의 생존권과 지위 보호 및 근로 3권의 보장 등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별도의 독립된 노동소송을 위한 전문법원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안은 국회의원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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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하지만 새 정부에서 노동법원의 도입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노사정 대화를 큰 틀에서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노동관련 문제에 있어서 19대 국회 때와는 다른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설립된 일자리위원회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단체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도 참여하면서 노동문제를 논의하는 대화기구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실상 노사정 대화가 끊겨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련 정책을 대거 추진하고 있는 점도 노동법원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제로화, 최저임금 인상 등 문 대통령의 공약이 시행되면 노동관련 소송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국내 첫 회생·파산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이 출범했는데 이는 1998년 서울행정법원 설치된 뒤 20년 만의 전문법원이었다. 회생·파산 사건이 급증함에 따라 전문적으로 처리해야 했기 때문인데 노동법원도 이와 비슷하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노동사건 소송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판결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노동법원을 도입하면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