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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이 어떻게 이뤄질까.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현대차·SK·LG 등 4대재벌과 롯데·CJ 등 상위 대기업 개혁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각종 재벌개혁 공약이 실현될 경우 이들에 미치는 영향을 클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문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다. 삼성그룹은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미 몸을 사렸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 자사주 활용 제한 등의 정책이 추진될 것을 내다보고 대선 전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완전 철회했다. 자사주도 모두 소각하기로 해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친화정책으로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다. 문 대통령은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등 대주주 지배력을 견제하고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삼성그룹을 향하는 재벌개혁 공약은 남아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금산분리 강화다.
문 대통령은 금산분리로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5%는 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지배고리다. 금산분리 강화정책이 추진될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4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는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해소비용만 수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순환출자를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해소한다는 방침을 정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에 지주회사 요건 강화까지 더해지면 지배구조 개편 비용은 더 커질 수가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도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이후 현대글로비스의 오너 일가 지분을 29.9%로 낮춰 규제를 피했는데 지분 요건을 강화할 경우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를 건드리기 쉽지 않다.
노동시간 단축, 하청근로자에 원청기업 책임 강화 등도 대표적 제조업이자 노조의 목소리가 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SK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요건이 강화되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SK그룹이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자사주 활용 제한이 걸림돌이다. SK텔레콤이 보유한 12.6%의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지배구조 개편 비용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SK그룹의 주력사업인 통신업종은 기본료 폐지와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망중립성 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통신사입장에서 사업모델이 제한돼 썩 달갑지는 않다.
LG그룹은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비교적 지배구조 측면에서 개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얼마 전에도 논란이 된 LG전자의 하청업체 손실전가 등은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재벌의 갑질 횡포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 조사국을 부활해 재벌의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4대그룹 외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롯데그룹과 CJ그룹도 재벌개혁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롯데그룹은 유통업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중소 유통기업의 상생협력을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는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고 대규모점포 입지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소상공인적합업종을 법제화하는 방안과 공정위 권한을 지자체와 나눠갖는 부분 등은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 추진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CJ그룹의 경우 경영승계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의 나이가 어리고 지분도 많지 않아 대기업 중 자산승계율이 가장 낮은 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재벌의 불법·편법 경영승계를 근절하겠다며 일감 몰아주기 강화와 자사주 활용제한 등 강도높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CJ그룹의 형편상 규제통과 전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은 쉽지 않아 결국 이전에 재벌총수들이 활용한 경영승계 방식을 따라가기 어려워 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