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가상현실(VR)게임을 놓고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가상현실게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바일에 늦게 대처해 고생했던 일을 가상현실분야에서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방 의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자세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게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가상현실게임기기시장이 충분히 성숙되면 대응해도 충분하다고 바라본다.
◆ 김택진, 가상현실게임 발빠르게 대응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의 게임개발역량을 살려 자체적인 가상현실게임을 만드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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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의 가상현실팀을 통해 가상현실게임 ‘블레이드앤소울 아레나’를 만들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히트작인 PC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앤소울’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했다.
블레이드앤소울 아레나의 시연버전을 3월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 2017’에 공개할 정도로 개발이 진척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레이드앤소울 아레나의 출시날짜 등 정확한 개발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가상현실시장 자체가 초기단계라 아직은 지켜보고 있지만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대형 게임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가상현실게임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김 사장이 가상현실을 미래의 수익원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올해 가상현실과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현실시장의 규모는 2015년 23억 달러에서 2018년 52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상현실 콘텐츠의 수익비중에서 게임은 50%가량을 차지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PC온라인게임을 고집하다가 모바일게임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한동안 입지가 흔들렸다”며 “가상현실이 모바일 다음의 게임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에는 시장에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방준혁은 신중한 태도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현실은 게임업계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맞지만 테마파크나 건설, 의료 등에 먼저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에서 게임이 유력한 콘텐츠로 꼽히고 있지만 가상현실기기의 발전 정도가 가상현실게임을 즐기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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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
넷마블게임즈는 현재 대세인 모바일게임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상현실게임 개발에 대거 뛰어든 중소 게임개발사들만큼 사정이 급하지 않다.
방 의장도 “가상현실게임은 게임기기(콘솔) 쪽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넷마블게임즈의 주력분야는 모바일게임”이라며 “모바일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어야 하는데 가상현실기기가 고글 정도로 경량화돼야 (가상현실게임의 유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물론 방 의장이 지분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가상현실게임사업을 장기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넷마블게임즈이 상장되면 2조 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가상현실게임사업을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수도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가상현실게임 개발사인 YJM게임즈에 투자해 지분 7.75%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 외의 가상현실콘텐츠를 개발하는 관계사 YJMVR 지분 20.8%도 소유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방 의장은 가상현실게임이 확실한 수익원으로 떠오를 경우 유망한 회사를 인수해 단번에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