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년에 한 번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경영평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역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다음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개선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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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3월17일 국회에서 연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5일 전국공공운수 노동조합 등 공공기관 노조에 따르면 현행 경영평가제도는 정부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에 그쳐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높이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48조에 따라 매년 공공기관의 경영노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인데 2007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이 합쳐져 공운법이 만들어지면서 본격화했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가 1년에 한번 실시하는 경영평가에 따라 임직원들의 성과급 규모가 결정된다.
미흡평가인 D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은 예산편성에서 불이익을 받고 아주미흡인 E등급을 받을 경우 기관장 해임이 건의되는 등 인사와 예산에도 영향을 미쳐 공공기관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평가로 인식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수익성과 정부지침 이행정도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져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형 전국공공운수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3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열린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외부평가제도로 경영평가제도는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과도하게 경영효율화를 중시하는 평가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보면 경영실적, 부채감축, 임금피크제 도입 등 경영효율성과 정부지침 이행이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경영평가에 중요한 항목으로 반영하겠다며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박준형 실장은 “공공기관의 수익성과 상업성이 가장 명확한 평가지표가 되고 있어 공공기관들은 상대평가에 따른 막무가내식 비용삭감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결국 공공서비스 약화, 외주용역 확대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공운법과 경영평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월31일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10주년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공공기관의 관리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책임경영과 자율성, 투명성, 공공성 등을 높일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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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31일 서울시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10주년 학술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공공기관에 국가 아젠다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공공기관 경영효율성을 약화한다는 점, 공공성이 중시되는 기관과 효율성이 중시되는 기관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공성과 시장성을 함께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을 정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하기보다 경영계약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학계와 공공기관에서 경영평가와 이사회 구성 등에서 기관들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지난 10년 간 변화한 정책환경 등을 감안할 때 공운법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40여 건에 불과했던 공운법 개정에 관한 의원 발의안이 19대 국회에서는 100건 넘게 발의되며 공운법 개정요구가 급증했다”며 공운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운법은 결국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법률인 만큼 공운법 개정은 경영평가제도 개선과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확대를 제1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좋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 공공부문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을 통해 좋은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음 정부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개선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높은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