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3사가 이사회를 열어 한전 본사부지 인수를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초고가 입찰에 대한 이사진의 배임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입찰가 산정 근거 등 이사회 결과를 상세히 공개했다. 이사진들 사이에서 2시간 여 걸쳐 열띤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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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은 26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10조5500억 원에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 17일 입찰 참여를 승인받기 위해 열린 1차 이사회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
현대차그룹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별 분담비율을 현대차 55%, 기아차 20%, 현대모비스 25%로 확정했다. 금액별로 현대차는 5조8025억 원, 기아차 2조1100억 원, 현대모비스 2조6375억 원을 내년 9월까지 부담하게 된다.
애초 각 3사는 5:3:2의 비율로 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금유동성 보유규모 등 부담능력과 통합사옥 사용 인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분담비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입찰가 산정 근거, 각 사별 자금여력, 미래가치 창출방안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사들의 토론이 이어지면서 2시간 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가의 3배가 넘는 초고액 입찰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부지 인수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이사회에서 확보해 입찰가 결정과정에서 야기된 이사진의 배임논란을 불식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3개사의 1차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신청했다. 결과에 따라 이사들을 상대로 배임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강남권 땅값은 연평균 9% 이상 올랐으며 용지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2400억 원에 이르는 그룹 계열사 사옥 임차료를 절감할 수 있다”며 “양재사옥을 연구개발(R&D) 공간으로 전용할 수 있어 연구센터 용지확보를 위한 추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사들이 지난 17일 입찰참여를 승인받는 자리에서 입찰가격을 몰랐다는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입찰가격을 의결하면 공시의무를 지게 되는데 이는 가격을 밝히지 않고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경쟁입찰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컨소시엄은 이사회 승인을 받은 뒤 이날 오후 한전과 본사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직후 인수금액의 10%인 1조550억 원을 계약 보증금으로 한전에 납부했다. 내년 1월25일, 5월25일, 9월25일 3차례에 걸쳐 잔금을 납부하면 한전부지 소유권을 넘겨받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토지대금 10조5500억 원 외에 취득세를 비롯한 부대비용, 공공기여, 건축비 등 15조 원이 넘는 사업비를 앞으로 충당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3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현대차 17조6558억 원, 기아차 5조7276억 원, 현대모비스 6조1022억 원 등 총 29조4856억 원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보유한 자금과 향후 현금흐름 등을 고려할 때 3사가 사업비를 부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