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차를 팔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2017상하이모터쇼를 둘러보고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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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해외 완성차회사를 인수합병하고 해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등으로 자동차 디자인과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가성비를 내세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길리자동차와 NextEV 등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이번 모터쇼에서 각각 링크앤코(Link&Co) O3와 NIO EP09등 친환경차를 선보여 시선을 모았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고급차를 강화할 필요성도 지적됐다. 중국에서 현지브랜드와 차별화 요인이 되는 고급차 브랜드가 없어 중국에서 위상이 흔들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원은 중국에서 일본차의 판매성적이 현대기아차에 못 미치지만 브랜드가치는 더 높다는 점을 사례로 꼽으며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고급차 전략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차는 브랜드 정체성을 렉서스, 인피니티, 아큐라 등 고급차 브랜드가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판매가 세계판매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판매의 비중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Buick, 캐딜락, 렉서스, 인피니티 등도 최근 5년 동안 각각 연평균 12.0%, 35.2%, 10.8%, 25.1% 판매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중국 고급차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는 중국 고급차 시장의 고속성장에서 소외돼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과 중국 완성차회사의 성장 사이에 끼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현대차는 중국의 사드보복 기조로 입은 손해를 단기간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가 중국에서 판매가 부진한 것은 공장 점검과 제재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탓”이라며 “중국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인 것이 아니고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지 않아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파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기아차의 경우 중국 딜러와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딜러 문제가 먼저 해결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