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닭고기업계 1위 하림이 계란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계란유통사업에 진출하며 대한양계협회와 갈등을 빚어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더욱이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대기업 독식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하림 계란을 입점시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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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 사장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는 하림이 대한양계협회를 상대로 “계란유통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하림이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하며 주장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대한양계협회가 롯데마트에 하림제품을 빼라고 요구했다는 것과 롯데마트 매장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여 기업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계협회가 롯데마트에 공문을 보낸 것은 영세농가와 상생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지 방해행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1인 시위를 계획하기는 했지만 롯데마트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사실도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롯데마트가 하림의 계란판매를 중단한 것은 독자적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하림의 업무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닭고기업계 1위 하림은 지난해 11월 일등란 ‘자연실록’을 내놓으며 계란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는 당시 “좋은 계란을 생산하고도 소비자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농가들을 위한 가교역할을 맡겠다”며 “농가와 회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림의 계란 유통사업 진출 소식을 접한 양계협회는 즉각 반대성명을 내고 규탄대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했다.
대한양계협회와 사단법인 한국계란유통협회 상인 3천명은 지난해 12월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어 “하림은 닭고기사업을 통해 육계농가를 종속화했는데 이제 계란생산 농가와 소규모 유통상인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계란 유통사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하림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규탄대회가 열리고 며칠 후 롯데마트는 하림의 계란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롯데마트는 대한양계협회에 보낸 공문에 “추후 하림계란 유통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형성된 후 재발주 논의를 하겠다”라는 단서를 넣었다.
이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는 물론 GS수퍼마켓 등 기업형슈퍼마켓도 하림 계란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하림은 “양계협회가 단순한 불매운동의 차원을 넘어 롯데마트에 압력을 가해 회사의 계란유통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림그룹은 국내에 51개 계열사를 보유한 축산물 생산가공 및 유통 대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7890억 원에 영업이익 114억 원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 매출 3482억 원에 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2월 롯데마트가 하림 계란을 철수시킨 뒤 현재까지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는 하림 계란 제품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하림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 ‘하림쇼핑몰’에서도 계란을 찾을 수 없다. 하림이 계란 유통사업을 계속하는지에 대한 확인요청에 대해 하림은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