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안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명분을 찾기 위한 고심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해 6일 현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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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기금운용본부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해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거쳐 그동안 확인된 내용을 기반으로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투자회사가 처한 재무상태와 기업 계속성 등에 의구심이 있어 현 상태로는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는 투자자산의 손실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이 자산의 처리방안을 심의하고 투자위원회를 거쳐 처리방안을 의결한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처리방안과 관련해 5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진행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직접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와 기업계속성에 관한 ‘의구심’을 언급한 만큼 결론이 쉽사리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본부는 3월30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에 추가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산업은행은 비밀유지 등을 이유로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가 ‘의구심’을 언급한 것을 놓고 자율적인 채무조정에 반대 혹은 기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제공한 자료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명해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정부의 지원방안 찬반여부와 상관없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따른 회사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지원방안에 동의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지원방안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명분을 찾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국민연금을 향한 우회적인 압박수위를 나날이 높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핀테크데모데이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율적인 합의가 되길 바라지만 안 되면 P플랜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대우조선해양 전문가들과 함께 P플랜을 준비하고 있고 사실상 준비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되 합의 실패 시 P플랜이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자율적인 채무조정을 강조하던 이전과 다르게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열어둔 셈이다.
P플랜의 가능성을 높이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은 국민연금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사채권자집회의 열쇠를 사실상 쥐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국민연금이 대부분의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큰 데 따른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재무적투자자로서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관련 출자전환 수용 여부에 다양한 추축이 제기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공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관련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처리방안을 놓고 깊은 고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운용본부는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의 수용여부 등에 대해 투자위원회를 통해 다음주말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집회는 17일과 18일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