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글로벌 해양시추업황의 악화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을 발주처에 인도하지 못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자칫 3조5천억 원 규모의 잔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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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저유가 기조가 2년 넘게 계속되면서 글로벌 해양시추기업들이 드릴십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9개 시추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시추선은 모두 100척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시추설비는 모두 61척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
시추기업들이 해양에서 시추활동을 벌여도 제대로 된 수익을 남기기 어려워 드릴십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추기업들은 해양에서 원유를 뽑아올린 뒤 이를 석유기업에 판매하는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은 돼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2014년 말에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50달러 대까지 급락한 뒤 2년 넘게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추기업들은 시추를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는 상황이라 보유하고 있는 드릴십의 운영을 중단하고 업황이 회복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일부 시추기업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내몰렸다. 노르웨이 시추기업인 시드릴 주가는 5일(현지시각) 전일보다 27.8%나 빠졌다. 시드릴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이틀 동안 주가가 반토막났다.
글로벌 시추기업 오션리그도 최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자들과 채무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션리그는 이미 3월에 뉴욕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시추기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건조하고 있는 시추설비들을 발주처에 인도하지 못해 잔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3월 말 기준으로 드릴십 7척과 잭업리그(고정식 시추설비) 2척, 세미리그(반잠수식 시추선) 1척 등 모두 10척의 시추설비를 건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중공업이 시추설비부문에서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은 모두 3조5천억 원에 이른다.
계약시점에 선수금 20~30%를 받고 잔금을 인도시점에 몰아서 받는 ‘헤비테일’ 방식의 계약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추기업들이 자금난을 이유로 나머지 건조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중순에 드릴십 2척을 앙골라 국영석유기업인 소난골에 인도하지 못해 잔금 1조 원가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조가 완료된 시추설비를 당분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점도 문제다. 조선사들은 건조를 끝마친 시추설비를 발주처에 제때 인도하지 못할 경우 해당설비를 유지·보수하는데만 매달 100억 원 가까이 지출한다. 인도시점이 연기되면 애꿎은 비용만 떠안는 꼴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발주처들이 드릴십의 인도시점을 미루거나 발주를 취소할 경우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