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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전부지 입찰가 이사회도 몰랐다"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9-22 13: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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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0조55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한국전력 본사부지를 인수한 것은 밀실경영의 결과라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 한전부지 입찰가 이사회도 몰랐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특히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이사진들이 정확한 입찰가격을 알지도 못한 채 만장일치로 한전부지 입찰 안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제개혁연대는 22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이사회의 의사록 열람 등을 청구했다.

로이터는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인수가격에 대해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20일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한전부지 입찰에서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 원을 써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했다.

계열사 3사의 이사회는 한전부지를 인수해 통합사옥과 함께 숙박, 컨벤션, 관광, 쇼핑시설 등을 갖춘 글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겠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입찰가격은 기밀사항으로 간주돼 이사진들조차 몰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사회는 입찰가격을 모른 상태에서도 만장일치로 한전부지 인수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현대차그룹 계열사 이사회 임원은 “가격은 일급비밀이어서 회의에서 논의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며 “(한전부지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형의 가치는 감정가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다른 이사회 임원은 “이사회에서 감정가와 주변에 위치한 빌딩의 가치에 대해 논의한 적은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에서 원대한 계획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및 내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한전부지의 가치를 감안하면 인수가격이 높은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우려로 가득하다.

APG에셋매니지먼트의 박유경 아시아기업 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현대차그룹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이익 및 가치창출이라는 기업의 핵심요소를 간과했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며 주주들은 매우 화가 나있다”고 말했다.

APG에셋매니지먼트는 한국 국민연금 규모와 거의 비슷한 네덜란드의 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한전부지 인수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3사의 주주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입찰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차원의 승인절차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대답을 회피했다. 또 계열사 3사의 인수대금 분담방식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3사는 인수대금을 5:3:2의 비율로 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가격도 모른 채 안건을 승인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이사회에 대한 비판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2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이사회의 의사록 열람 등을 청구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3개 이사회가 입찰에 들어간다는 것만 논의했을 뿐 가격 등 중요사안에 대해선 충분한 정보를 갖고 판단하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은 기업지배구조의 문제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이사가 아닌 기아차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없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이지만 그런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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