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선박의 발주가 늘어나는데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활동에 매진할 수 없는 환경이라 삼성중공업이 수혜를 독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일 “앞으로 10년 동안 LNG선박의 발주량은 지난 30년 동안의 발주량을 상회할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가 수주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수주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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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에너지 연구기관에 따르면 2030년에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하는 LNG 물량은 2015년과 비교해 62~123% 성장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LNG 물동량은 2015년 2억5천만 톤에서 2030년에 4억 톤~5억6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LNG 물동량이 증가하면 이를 운반하기 위한 LNG선박의 발주가 늘어나게 된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LNG선박의 발주가 최대 550척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30년 동안 글로벌 LNG선박 발주량은 모두 440척이다. 박 연구원의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10년 동안 발주되는 LNG선박의 수가 과거 30년의 발주량을 상회하는 ‘초호황기’에 돌입하게 된다.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박 발주량의 증가에 따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박을 건조하는데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 발주처에 인도된 LNG선박은 모두 232척인데 이 가운데 국내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은 모두 191척으로 82.3%의 인도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박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 조선사들은 일본과 중국의 경쟁기업들보다 연비 등의 기술력에서 앞서있어 신규수주를 따내는 데 유리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LNG선박을 수주하는데 경쟁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LNG선박의 수주잔량이 가장 많다. 삼성중공업은 LNG선박의 인도량이 가장 많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LNG선박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에 발주가 쏠릴 공산이 크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공격적으로 늘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수주에 적극적으로 매진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재조정안을 사채권자로부터 동의받지 못하면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인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신호를 글로벌 발주처에 보내는 꼴이 돼 신규수주가 사실상 불능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정부가 국내 조선업계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2사체제로 재편하기로 가닥을 잡은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발주처들이 대우조선해양과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도 높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희망퇴직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 효과로 최근 2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내는 등 경영이 안정화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LNG선박 발주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건조계약을 문의하는 횟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경영상황을 놓고 봤을 때 삼성중공업에 발주가 몰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