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크게 높인 ‘옵테인’ SSD의 판매를 시작하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텔의 신제품이 삼성전자의 SSD 시장지배력을 위협하며 서버와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가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인텔 ‘옵테인SSD’ 경쟁력 주목
블룸버그는 28일 “인텔이 메모리반도체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매출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신제품으로 다른 반도체기업과 차별화되는 기술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
|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인텔은 수년째 개발중인 차세대 메모리반도체기술 ‘크로스포인트’를 적용한 첫 SSD 제품의 예약판매를 시작하며 성능을 정식으로 공개했다. 제품이름은 옵테인SSD로 정해졌다.
크로스포인트는 속도가 빠르지만 정보를 저장할 수 없는 D램과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모두 합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기술로 인텔과 마이크론이 기술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옵테인SSD는 인텔이 처음 개발단계에서 목표로 한 것보다는 성능이 크게 뒤처지지만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SSD와 비교하면 충분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은 옵테인SSD가 기존 SSD보다 읽기속도는 최대 10배, 쓰기속도는 3배 빠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량 대비 높은 가격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4월 출시되는 제품은 16기가 44달러, 32기가 77달러로 책정됐고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375기가 제품은 1520달러에 판매된다.
삼성전자의 250기가 SSD가 100달러, 500기가가 180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일반적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인텔이 신제품의 판매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빠른 구동성능을 필요로 하는 서버분야에서는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대량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신산업의 적용확대로 IT업체들은 구동성능이 앞선 서버용 저장장치를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인텔은 자체 프로세서가 옵테인SSD와 구동에 최적화돼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인텔이 글로벌 서버용 프로세서에서 95%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 것이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또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의 최대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분야에서도 옵테인SSD는 자율주행 기술구현을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인텔은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인텔은 올해 전체 매출의 10%를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적용한 메모리반도체에서 낼 것이라며 빠른 시장확대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 삼성전자 대응 중요해져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인 인텔이 메모리반도체 기술발전과 사업확대에 속도를 내며 삼성전자는 그동안 서버용 메모리시장에서 구축한 강력한 아성을 도전받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서버용SSD시장에서 처음으로 인텔을 제치고 32.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점유율이 2015년 20.6%에서 단기간에 급증했다.
|
|
|
▲ 인텔이 공개한 차세대 저장장치 '옵테인SSD'. |
삼성전자가 고용량 낸드플래시의 성능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3D낸드 기술에서 가장 앞선 성과로 SSD시장지배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용 SSD시장은 기존의 하드디스크 저장장치를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나며 지난해 연간 50%에 이르는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어 반도체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인텔이 하반기부터 서버용 옵테인SSD 출시를 본격화하며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옵테인SSD가 서버에서 D램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 기존 서버에는 D램과 SSD가 모두 사용돼왔는데 옵테인SSD는 단독으로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서버용D램 시장에서 60% 정도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 옵테인SSD의 적용이 확산될 경우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이중으로 타격을 입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인텔의 도전에 맞서 차세대 기술개발과 기존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모두 주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월 중순 영국에서 열린 서버전시회 ‘클라우드엑스포 유럽’에서 인텔의 옵테인SSD와 유사한 역할의 차세대 반도체 Z-SSD를 공개했다. Z-SSD는 지난해 처음으로 공개된 제품으로 이번에는 구체적인 성능이 공개됐다.
하지만 Z-SSD의 구동속도는 현재 사용되는 서버용 SSD와 크게 차이나지 않고 구체적인 양산과 출시시기도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Z-SSD는 3D낸드 구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이라며 “빅데이터 등 고성능이 요구되는 서버분야에서 시장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D낸드와 D램의 기술력을 더 끌어올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시장진입을 최대한 늦추는 것도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64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내년부터 96단 기술을 적용한 SSD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3D낸드 기술이 96단까지 발전할 경우 가격을 더 크게 낮출 수 있고 성능과 전력효율도 높아져 서버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인텔의 옵테인SSD는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기존 SSD 강자들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기술발전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