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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 6일 두번째 전기차인 쏘울EV를 출시했다. |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한테 전기차는 아킬레스건이다. 세계시장에서 한참 뒤쳐졌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독자모델 개발 특명을 내렸지만 역전의 기회를 잡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기차 독자모델을 오는 2018년까지 출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관계자는 “정 회장의 지시로 전기차 독자모델을 2018년에 출시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기차 부문의 1위 테슬라의 ‘모델S’ 2대를 남양연구소로 들여와 한대는 성능 테스트용으로 한 대는 연구개발을 위해 전체를 뜯어보는 용도로 쓰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 닛산의 전기차 ‘리프’보다 뛰어난 성능의 차를 개발하는 목표를 세웠다.
♦ 기아차, 쏘울EV로 첫 걸음마 준비
현대기아차는 세계 전기차 시장은 고사하고 국내에서도 존재감이 미비하다. 지난해 8월 제주도 전기차 보급 사업에서 첫 패배를 겪었다. 제주도가 신청 비율대로 도민에게 배정한 160대 가운데 르노삼성의 ‘SM3 Z.E’가 107대로 압도적이었다. 기아차 ‘레이EV’는 39대에 불과했다. 르노삼성 측은 “미래의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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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
현대기아차그룹은 기아차를 내세워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1년 레이EV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쏘울EV’는 올해 상반기에 미국에 출시한다. 쏘울EV는 지난 6일 2014 시카고 오토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한 번 충전으로 148㎞를 갈 수 있고 급속충전 시 25분 만에 100% 충전이 가능하다. 이전 모델인 레이EV에 비해 실내공간이 넓어 국내시장에서도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쏘울EV의 급속충전소는 전국에 118곳밖에 없다. 기아차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대리점 및 AS센터에 급속충전 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쏘울EV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브랜드마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쏘울 한 차종만으로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BMW 전기차가 5월 국내에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억지로 출시 시기를 맞춘 듯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이 늦어진 이유는 역할분담 탓이다. 2011년 당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차는 기아차가 담당하고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주력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담당 부회장은 "전기차는 배터리 기술이 한계에 이르렀고, 인프라 구축 등 과제가 많아 현재의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기 어렵다"면서 "전기차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같은 대체 용도로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개발해 주력했다. 지난해 2월 양산에 들어간 ‘투싼ix35’ 수소연료전지차를 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소연료전지차가 완전 무공해 차량이지만 전기차에 비해 연료전지 비용이 비싸 시장 경쟁력이 취약하고 상용화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대차는 뒤늦게 전기차 시장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지난해에는 남양기술연구소 내 특허팀을 특허실로 격상하며 전기차 관련 기술 특허 개발에 집중하도록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당시 “70여명에 불과한 특허실 인력을 최대 3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현대차 남양연구소 핵심 임원이 경질된 게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 개발 전략 부진에 따른 문책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국내 80% 독점 구조에 기댄 안이한 대처가 발목 잡아
현대차가 전기차 후발주자가 된 까닭은 국내 독점에 의존해 연구개발 투자에 등한시한 데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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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2014 시카고 모터쇼에서 공개한 쏘울EV (출처: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이후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판매점유율은 80% 안팎을 넘나들 정도로 사실상 독점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그런데 지난해 유럽위원회(EC)의 ‘산업별 R&D 투자 보고서 2013’을 보면 폭스바겐은 13조6058억원, 도요타는 10조1129억원, 다임러•벤츠는 8조원, GM은 7조9869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글로벌시장 점유율 5~6위를 오르내리는 현대기아차는 2조1900억원으로 13위에 그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국내시장 독점 구조가 공고하다 보니 기술 개발 유인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외부 요인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독일의 디젤 세단의 판매량이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했다. 이에 맞서 현대기아차는 디젤엔진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i40, 아반떼 디젤 등을 출시하며 독일차 공세에 맞섰다. 또 수입 자동차와 비교해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자장치 개발에도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했다.
제1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오는 3월15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전기차 구매 시 제주도가 책정한 보조금 800만원과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과 합하면 대당 23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세계 기준보다 2~3배 많은 수준이다. 닛산의 리프를 비롯해 BMW i3, 프랑스의 미아전기차 등이 한국에 모습을 선보인다. 현대기아차로는 역전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