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기술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을 중국 또는 대만기업에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일본당국이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을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중요한 기술로 판단하고 있다”며 “중화권 자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는 권고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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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
도시바는 극심한 경영난에 대응해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사업을 분사한 뒤 지분을 대량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중국 반도체기업들과 대만 홍하이그룹 등이 지분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지분을 매각하려면 의무적으로 일본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보 등을 훼손한다고 판단하면 해외기업의 지분인수를 강제로 중단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기업과 관공서에서 중요정보를 기록하는 데 사용되는 만큼 중국에 도시바의 기술력이 넘어갈 경우 자료를 고의적으로 파손하도록 제작되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지난해 홍하이그룹의 샤프 인수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인 데 따라 가장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홍하이그룹을 의도적으로 견제하는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정부가 실제로 도시바에 이런 내용을 권고할 경우 매각처 선택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화권 자본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인수금액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독자적으로 대량의 지분을 인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홍하이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도시바 낸드플래시 지분을 확보하려면 SK하이닉스가 그룹 차원의 적극적 지원으로 투자금을 마련하거나 사모펀드 등을 끌어들여 공동인수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가 미국 반도체기업의 도시바 지분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이 유리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