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롯데그룹에 신동빈시대가 완성됐다.
신동빈 회장은 2011년 2월 그룹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해 여러 계열사 등기이사를 계속 유지하며 그룹경영에 관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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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14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19일 임기가 만료되며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내려온다. 신 총괄회장은 1979년 롯데쇼핑이 처음 설립됐을 때 등기이사에 올라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왔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3월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기이사에서, 11월 부산롯데호텔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26일 롯데건설, 5월과 8월 롯데자이언츠와 롯데알미늄에서도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물러날 것이 확실하다.
신 총괄회장이 1966년 롯데알미늄을 세운 뒤 50년 동안 이어졌던 신격호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리는 셈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24일 열리는 롯데칠성음료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현재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8곳의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50년 만에 롯데그룹을 유통과 식품제조, 화학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일궈냈지만 오랜 기간 그룹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폐쇄적 지배구조와 권위적 의사결정구조가 대표적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는 최근까지 지분구조가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신 총괄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낮은 지분율로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순환출자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조직문화 역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외부인재 영입에 인색해 외부출신 인사가 높은 자리로 승진하기 쉽지 않고 참모형 부회장이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모습 역시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신 총괄회장이 2015년 7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임을 지시한 일은 유명하다.
신동빈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손가락 경영’으로 대표되는 황제경영에서 탈피하기 위해 롯데그룹 쇄신에 힘쓰고 있다. 최근 대규모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전문경영인 부회장단 시대를 열었고 지주사체제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부회장은 그룹의 2인자, 총수의 최측근으로 통했으나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전문경영인들로 부회장이 채워졌다.
각 계열사의 전문성을 살리고 책임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정책본부를 축소하고 비슷한 사업영역을 묶에 4개의 BU(Business Unit)도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