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자율주행기술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퀄컴에 이어 인텔도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력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 있지만 자율주행의 성장이 빨라지면 위탁생산과 메모리반도체 수주가 크게 늘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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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블룸버그는 14일 “자율주행반도체가 전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사업분야로 자리잡고 있다”며 “시장선점과 선두지위 확보를 위해 반도체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자율주행반도체 전문기업 모빌아이를 150억 달러(17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반도체 설계기업 알테라를 167억 달러에 인수한 뒤 두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퀄컴이 최근 자동차반도체 전문기업 NXP를 47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을 포함해 글로벌 전자업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 1~3위가 모두 자율주행기술과 연관돼있다.
IT기업과 반도체기업, 완성차기업의 연합군 구축도 이어지고 있다. 인텔은 BMW와 중국 바이두에, 퀄컴은 구글에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반도체 선두기업인 엔비디아는 아우디와 벤츠에 손을 잡고 기술개발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자율주행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인수합병이 필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와 퀄컴 등에 비교하면 기술격차가 꽤 큰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기업인 인텔마저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자율주행반도체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기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업분야는 단연 반도체로 꼽힌다”며 “엔비디아가 절대적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퀄컴과 인텔, 삼성전자 등 후발주자들의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도 자율주행반도체 개발을 궁극적 목표로 두고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아우디에 인포테인먼트 구동칩 공급계약을 맺는 등 기술발전에 성과를 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후발주자이다 보니 자율주행반도체로 이른 시일에 글로벌기업에 맞대결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인수합병 경쟁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이 연구원은 “자율주행시장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은 대략 수백조 원에 이른다”며 “기술진보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시장형성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맞경쟁을 벌이기 어렵더라도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자율주행반도체 상용화가 앞당겨지는 것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율주행반도체에 뛰어든 대부분의 기업이 시스템반도체 설계전문업체로 높은 수준의 공정기술력을 갖춘 위탁생산업체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를 모두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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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과 모빌아이, BMW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 관련기술. |
이 연구원은 “반도체기업들이 자율주행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위탁생산과 메모리기술도 필수적”이라며 “삼성전자의 수혜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과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사업을 모두 갖추고 있다. 기술력도 가장 앞선 수준으로 평가받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에 선호받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와 통신칩 등 자율주행차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를 자체개발해 생산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반도체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반도체 사업분야를 다변화한 효과로 시장성장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기업이 되는 셈이다.
이 연구원은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은 13조5900억 원이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과거 스마트폰이 보여준 것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자동차 반도체시장 규모도 2020년 98억 달러에 이르며 전체 반도체시장의 30%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