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에 카자흐스탄은 과거 2조 원 규모 대형 사업이 현지 변수에 좌초한 이력이 있는 곳이다. 이에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은 신중한 기조 속에서 미국에 이어 중앙아시아로 사업지역 다각화 전략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 ▲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예를란 아켄제노프 카자흐스탄 에너지부 장관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7일(현지시각)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카자흐스탄 에너지부> |
17일 삼성E&A 반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이사회는 최근 경영위원회를 열고 카자흐스탄 법인 및 지점 청산의 건과 신규 지점 설립의 건을 동시에 가결 처리했다.
삼성E&A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는 남궁홍 사장과 윤형식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이 사내이사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E&A가 올해 카자흐스탄 사업 확대를 위해 기존 거점을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점을 마련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재정비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E&A는 지난 16일 카자흐스탄 국영가스공사 카즈무나이가스와 파블로다르 공장 증설 프로젝트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5일에는 카즈무나이가스 관계자가 서울 강동구 삼성E&A 본사를 찾아 로버트윤 세일즈(Sales)&BD 본부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앞서 9월 초에는 남궁 사장이 직접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가 예를란 아켄제노프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새 정유·석유화학 복합단지 조성 등을 논의했다.
파블로다르 공장 증설 프로젝트는 연간 원유처리능력을 기존 6백만 톤에서 9백만 톤으로 높이는 사업이다. 카자흐스탄 국영 투자유치청에 따르면 30억 달러(약 4조1430억 원) 규모이며 삼성E&A는 EPC(설계·조달·시공) 운영사(Operator)로 소개됐다.
향후 삼성E&A의 카자흐스탄 공장 증설 사업 참여가 현실화되면 그 의미는 적지 않다. 화공 플랜트가 주력인 삼성E&A가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 카자흐스탄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33년까지 국가 전체 정유능력을 연간 4천만 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고 파블로다르 공장 증설은 이 계획의 일부다.
다만 삼성E&A는 카자흐스탄 사업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한 차례 고비를 겪은 이력이 있어서다.
과거 삼성E&A는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다수 화공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카자흐스탄에서도 2012년 ‘발하쉬 석탄화력발전 공사’를 수주하며 진출했다.
그러나 저유가 상황 등에 따른 현지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졌고 2016년 결국 공사계약이 해지됐다. 해지가 공시된 2016년 9월 초 기준 공정률은 19%가량이었다.
| ▲ 삼성E&A는 과거에 카자흐스탄에 진출했다가 발을 뺀 경험이 있다. |
남궁 사장은 그동안 변수가 크다는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도 선별수주로 차별화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사업 초기인 기본설계(FEED)에서 EPC에 이르는 전략으로 유망 사업을 초기부터 선점하는 것은 물론 사업 위험을 미리 진단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런 만큼 남궁 사장은 이번 카자흐스탄 시장 다각화 기회를 두고도 신중히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남궁 사장 체제에서 삼성E&A가 새로 개척한 지역은 사업 기회가 상당히 구체화된 곳이었다.
지난해 10월 와바시 저탄소 암모니아 플랜트 수주로 10년 만의 미국 시장 재진출에 성공한 일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정부의 대미투자 등과 맞물려 삼성E&A를 비롯한 국내 건설업계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사업지역 다각화는 삼성E&A의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6월 말 수주잔고 기준으로 삼성E&A의 중동·북아프리카(MENA) 비중은 52%에 이른다.
다만 중동 시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초만 해도 저유가 장기화에 공사 발주가 줄었다던 중동 시장은 고유가 장기화 및 재건 수요에 현재 삼성E&A의 주식시장 내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E&A는 사업지역 다각화는 지속해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카자흐스탄 사업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E&A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한동안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던 옛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사업의 수주 등 구체화된 내용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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