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지난 2020년 경남 사천시 본사 내 부지에 준공한 우주센터 전경. <한국항공우주산업> |
최근 KAI는 기존 중대형 위성에 더해 초소형 위성으로 제품 분야를 넓히고, 사업 영역도 AI·탑재체·위성영상 서비스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위성 개발+발사+서비스'를 묶은 우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KAI 우주센터를 찾았다.
지난 2020년 준공된 사천 우주센터는 KAI의 우주사업 비전이 현실로 이뤄지는 산실이다. 연면적 1만7580㎡ 규모의 센터는 중·대형위성 기준으로 동시 6~8기, 초소형 위성 기준으로 동시 20기를 제작·시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박용현 우주사업개발팀장의 안내를 받아 우주센터의 위성 조립현장에 들어서자 조립 단계의 차세대 중형위성 2기, 초소형 위성 1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 ▲ 한국항공우주산업 우주센터 내부 위성 조립장에서 직원들이 차세대 중형위성 2호기를 제작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
박 팀장은 “조립 중인 중형위성은 차세대 중형위성 5호기로, C밴드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장착해 수자원 관측용으로 쓰일 것”이라며 “초소형 위성은 곧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에 탑재해 발사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립장 뒤편에는 3가지 시험공간이 마련됐다. 우주의 극한 온도에 위성이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는 열진공 챔버(환경시험실), 발사 과정에서의 진동·충격·음압을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는 챔버, 전자파로부터 받는 영향을 측정하는 전자파 시험설비 등이다.
박 팀장은 "3개 시험 설비야 말로 KAI의 위성 양산 체계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KAI 우주센터는 설계부터 제작·조립, 우주환경 시험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시험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오갈 필요가 없다”며 “특히 직경 5.7m, 길이 6m의 열진공 챔버는 동시 최대 8기의 시험을 진행할 수 있어 1대만 넣을 수 있는 경쟁사 챔버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고 했다.
| ▲ 박용현 한국항공우주산업 우주사업개발팀장이 지난 15일 경남 사천시 본사에 위치한 우주센터에서 회사의 위성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
초소형 위성은 전체 무게 100kg 미만의 위성으로, 개발·제작·발사 비용이 기존 중대형 위성 대비 저렴하다.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중대형 위성과 달리 통상 수십 대의 초소형 위성이 군집을 이뤄 실시간 관측 활동을 한다.
초소형 위성이 다수로 군집을 이뤄 운용되는 만큼,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활용이 관건이 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팀장은 “위성사업에 쓰이는 AI 기술은 크게 두 가지”라며 “위성 운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AI를 적용하는 것과 위성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데 AI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군집위성이 확보한 영상·사진을 사람이 모두 판독·분석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촌각을 다투는 전장에서 이러한 시간 지연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촬영한 사진을 선별하고 내용을 식별하는 데 AI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1기의 위성을 운용할 때 근접하는 다른 위성을 회피하거나 촬영을 위한 기동 명령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 직접 했지만, 수십 기 이상의 초소형 위성을 동시에 운용할 경우에는 이 같은 명령 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입력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AI 도입이 필수적이다.
KAI는 외부 기업과 협력 과제 수행이나 지분 투자를 통해 AI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AI 기반 지휘판단 지원 솔루션 기업 ‘펀진’, AI 기반 위성 영상 분석 서비스 기업 ‘메이사’ 등이 있다.
박 팀장은 “특히 회사가 지분 투자한 관계사 메이사와 연계해 수출 대상국에 위성 영상 판매를 제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메이사의 위성영상으로 수출 대상국 진출의 물꼬를 튼 다음, 위성 발사까지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KAI 자체적으로도 위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온보드 컴퓨터’를 직접 개발하고 있고,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스스로 구동하도록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관련 기관과 기술개발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 ▲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합성 개구 레이다(SAR) '초소형 위성' 모형. <한국항공우주산업> |
정부의 초소형 군집위성 양산 사업은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0기를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발사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1조4223억 원이다. 현재 KAI와 한화시스템이 수주 경합 중이다.
박 팀장은 “KAI의 초소형 위성은 십자 형상으로 레이더, 광학 카메라, 통신 장비 등의 탑재체를 다양하게 바꿔 달 수 있는 확장성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위성 산업의 초기 육성단계에서 정부가 산업 발전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계획대로 이행해 주는 한편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위성영상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소형 위성 양산→부품 대량 구매와 반복 생산→원가절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광학 위성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에어버스는 계약 체결 후 2년 안에 위성을 발사하는데, 국내 기업은 2년이면 이제 막 위성 부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단계에 그친다”며 “프랑스 국가 차원에서 위성을 구매해주고, 대량 생산을 위한 공급망을 갖춰 에어버스가 빠르게 조립·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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