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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알 '1조 화장품' 메디큐브 가품 대응 장기전으로, 김병훈 관리체계 보강 고심

조수연 기자 ssue@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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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가 '가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관리체계 보강을 고심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미용기기 및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와 관련한 가품 의심 사례가 해외에서 잇따르며 브랜드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지 당국의 협조 없이는 가품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도, 조사하기도 어려워 사태를 단기간에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알 '1조 화장품' 메디큐브 가품 대응 장기전으로, 김병훈 관리체계 보강 고심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는 올해 7월부터 잇따라 발생한 메디큐브의 가품 문제에 대응책으로 관리 인력 충원을 선택했다. 사진은 김병훈 대표가 2026년 6월25일 미국에서 열린 BoF 글로벌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 <더비즈니스오브패션 유튜브 갈무리>

10일 에이피알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김병훈 대표는 가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력 충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에이피알은 1일 시작한 신입사원 채용에서 경영지원 직군에 '지식재산권(IP) 침해 및 가품 대응' 업무를 새로 추가했다. 앞서 8월에는 같은 업무를 맡을 경력사원도 모집했다.

해당 인력은 아마존과 틱톡샵에서 가품 및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의심 판매자를 제재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에이피알은 그동안 법무 및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 부서를 통해 가품에 대응해 왔다. 주요 해외 유통 플랫폼에 전담 인력을 보강해 관리 범위를 넓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해외에서 가품 의심 사례가 잇따르자 김 대표가 이를 일회성 논란이 아닌 상시 관리해야할 업무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판매된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에서 유해색소인 수단레드가 검출되면서 제품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수단레드는 붉은색을 내는 산업용 합성색소로 발암 가능성이 있어 화장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

홍콩 세관은 7월24일 시중에서 확보한 메디큐브 크림에서 수단레드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게는 제품 사용 중단을, 판매업체에는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도 8월26일 현지 유통 제품에서 같은 성분을 확인하고 제품 회수를 지시했다.

다만 국내외 시험기관 검사 결과 공식 유통 제품에서는 수단레드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싱가포르에서 문제가 된 제조번호의 제품을 에이피알이 생산한 것은 맞지만 해당 제품군은 싱가포르로 수출된 제품이 아니며 제품이 판매된 현지 매장도 공식 유통경로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번호를 복제한 가품이 비공식 유통망을 거쳐 판매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비슷한 논란이 잇따른 데다 문제가 된 제품의 정체도 확인되지 않으면서 김 대표로서는 단순 해명만으로 사안을 마무리하기 어려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가품은 현지 당국이 제품 정보와 조사 권한을 쥐고 있어 기업이 대응하기 까다로운 영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7월 홍콩에서 논란이 불거진 직후 현지 세관에 문제 제품의 정보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번호와 판매처, 유통경로를 확보해야 회사의 생산·출고 기록과 대조할 수 있지만 관련 정보가 없어 조사에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가품 제조가 의심되는 현장이더라도 회사가 직접 조사하거나 단속할 수는 없다.

에이피알은 올해 4월 중국에서 메디큐브의 가품 제조 현장을 적발한 바 있다. 다만 중국 공안이 비정기적으로 단속에 나섰을 때 회사 측 현지 조사원이 동행해 조사에 참여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해외 가품 단속은 현지 공안이나 세관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현지 당국이 제품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회사가 대응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알 '1조 화장품' 메디큐브 가품 대응 장기전으로, 김병훈 관리체계 보강 고심
▲ 과거 중국에서 제조된 K뷰티 가품은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유통됐다. 최근에는 K뷰티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럽과 중동, 미국까지 적발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에이피알 본사 내부 전경. <에이피알>

가품 유통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에서 제조된 K뷰티 가품은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유통됐다. 최근에는 K뷰티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럽과 중동, 미국까지 적발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 7월 루마니아에서 에이피알의 가품 의심 제품 100여 개가 확인됐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은 공식 판매처 이외에도 제3의 업체가 직접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오픈마켓' 구조인 만큼 제품의 출처와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에이피알이 아마존과 틱톡샵의 가품 대응인력을 충원하는 것 역시 이러한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디큐브는 지난해 화장품 단일 브랜드 기준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와 LG생활건강 더후에 이어 에이피알이 '1조 브랜드'를 키운 기업 반열에 올랐다. 인디 브랜드로 출발한 메디큐브가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다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수십 년에 걸쳐 국내외 유통망과 브랜드 관리체계를 구축해온 만큼 김 대표에게는 빠르게 커진 메디큐브의 외형만큼 유통 관리 역량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실제로 두 기업은 모두 지식재산권(IP)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통해 가품 문제를 상시 점검하고 있으며 정부기관 및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가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식 판매처 인증마크와 위조품(가품) 탐지 전문업체,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위조품이 확인되면 신고와 단속, 유통 및 국내 유입 차단,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해외 당국 및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소비자가 가품을 판별할 수 있는 정품 인증 방식까지 함께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품질 관리와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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