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수출 산업은 위축되고 있어 반도체 업황이 악화했을 때 타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평택항에 쌓인 컨테이너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 열풍이 한국의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에 갈수록 큰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롯한 영향으로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생산 거점이 해외로 이동하며 반도체 업황이 악화했을 때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3배 수준으로 늘었다”며 “그러나 이를 좋은 소식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의 8월 반도체 수출은 466억5천만 달러(약 63조4393억 원)로 2025년 8월보다 209%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 가운데 47.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의 제프 응 아시아 거시전략 책임자는 CNBC에 “반도체는 한국 8월 전체 수출 증가분의 80% 안팎을 책임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CNBC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분야의 수요 증가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를 주도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향후 업황이 나빠졌을 때 더욱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조사기관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데이브 치아 연구원은 CNBC에 “반도체의 성장 속도가 갑자기 정체된다면 다른 산업 부문에서 빈 자리를 채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에 그동안 크게 기여해 온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8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2025년 8월보다 약 30% 감소했다는 산업통상부의 분석을 전했다.
일부 사업장의 파업을 비롯한 일시적 요인도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과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도 이유로 지목됐다.
치아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자동차 수출 산업에 구조적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 공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은행이 물가와 경제 성장률을 반영해 최근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점도 리스크로 꼽혔다.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때 긴축 통화정책이 이어지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스위스 투자은행 롬바드오디에의 이호민 선임 거시전략가는 CNBC에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황은 이례적 수준이지만 경제 성장을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략가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나아진다면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연간 2~3%의 실질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