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소속 노조원들이 26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 분할 반대 공동교섭 선포식 및 카카오뱅크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임금협약을 최종 타결하며 사그라드는 듯했던 카카오의 노사 갈등이 불과 3주 만에 다시 불붙었다.
사측이 사전 논의 없이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데다,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의 공동교섭 요구 흐름과 맞물리면서 카카오 노조가 그룹 차원의 공동교섭을 요구하며 다시 단체행동에 나섰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26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 분할 반대 공동교섭 선포식 및 카카오뱅크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당시 판교역 광장을 메웠던 조합원들이 올해 임금협상 타결 후 약 3주 만에 다시 광장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 노사는 앞서 지난 7일 약 3개월 만에 임금협상을 매듭지으며 카카오뱅크 등 일부 자회사를 제외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듯했다. 다만 임금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한 카카오뱅크가 전면 파업 수순을 밟는 가운데, 지난 21일 발표된 카카오의 인적분할이 기폭제가 됐다.
이날 선포식은 사측이 카카오를 신설 법인 ‘카카오AI’와 존속 법인 ‘카카오X’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한 뒤, 노조가 지난 24일부터 사내 간담회를 통해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최한 행사다.
노조는 이번 인적분할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공동교섭의 첫 번째 목표로 카카오 분할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분할의 문제점을 직원, 주주, 시민들에게 알려 분할 계획을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광고·커머스 등 본업에 집중하는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주요 자회사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지주 성격의 존속법인 '카카오X'로 회사를 나눌 방침이다. 이를 위해 12월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 ▲ 26일 서승욱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장이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향후 노조의 대응방향을 밝히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노조는 주총 표 대결로 분할 안건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분할계획서 승인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바꿔 말하면 출석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김범수 창업자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4.08%다. 이어 텐센트(5.74%), 국민연금공단(5.39%), 블랙록(5.01%) 등이 주요 주주이며, 소액주주 지분율은 약 60%로 파악된다.
서 지회장은 "우선 국민연금을 설득해 반대표를 확보하고, 소액주주들과 시민들에게 분할의 부당성을 알릴 것"이라며 "출석 주주 3분의 1 이상의 반대표를 결집하면 부결이 가능한 구조이므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인적분할의 절차적, 법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할 방침이다.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예외적으로 허용받아 설립됐다. 분할 이후에는 투자 전문회사 성격의 카카오X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해 관리하게 된다.
서 지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인터넷은행 대주주 지위를 얻었는데, 이를 넘겨받을 회사가 투자회사를 표방하는 것이 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지겠다"고 말했다.
| ▲ 카카오는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 플랫폼 사업 부문을 신설 법인 '카카오AI'로 분할한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카카오> |
노조가 인적 분할에 거세게 반대하는 핵심 배경은 고용 불안이다.
분할 발표 직후부터 사내에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부 매각 우려가 확산됐다. 사측은 분할 후 본사 인력 대다수가 카카오AI로 이동한다고 설명했으나, 노조는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 지회장은 "'대다수'라는 표현은 100%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누가 남고 누가 이동하는지조차 확정되지 않아 구성원의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AI 등 본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최근 실적이 부진한 콘텐츠 등 기타 자회사를 대거 정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성의 카카오지회 투쟁본부장은"카카오 직원들은 과거 잦은 분사와 매각으로 고용 트라우마를 겪어왔다"며 "분할 발표 이후 본사 조합원 가입이 가장 크게 늘었고, 카카오X 산하로 편입될 계열사 조합원도 매각 불안에 노조 가입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 회피와 자녀 경영권 승계와 맞닿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 지회장은 "이번 개편이 '포스트 김범수' 체제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창업자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의 거취와 자녀들의 경영 참여 여부를 사측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지회는 이날 선포식을 기점으로 카카오 법인과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공동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공동교섭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내 간담회와 반대 서명운동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10월 예정된 단체협약 및 추가 교섭에서 단체행동권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사측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사측은 "앞으로 인적분할과 관련해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