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정부는 8·2세제개편안을 통해 초부자들을 제외한 주택보유자들에게 감세 선물을 줬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이재명 정부가 서울 등의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정책들을 발표했다. 8·2세제개편안과 8·13부동산 대책이 그것이다.
8·2세제개편안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다뤘다는 점에서, 8·13부동산 대책에는 공급대책과 금융대책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는 극소수의 초부자들을 제외한 주택소유자들에게 감세를 선물했고, 정비사업장들을 위한 소비자대출까지 열어줬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가격상승의 호재가 더해진 셈이다.
거기에 더해 실거주자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설계했기 때문에 전세난이 가중될 위험성이 커졌다. 설상가상 정비사업장의 수익성이 호전된 덕에 정비사업에 돌입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주택멸실로 이어져 전세난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늘어났다.
◆ 8·2세제개편안은 사실상의 감세정책
이재명 정부는 8·2세제개편안을 통해 초부자들을 제외한 주택보유자들에게 감세 선물을 줬다. 이는 방송에 출연한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발언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한 방송에 출연한 구 부총리는 “30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거의 세 부담을 줄여줬다. 이게 99% 정도 된다”며 “상위 1%만 과세를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도 줄어들고 나중에 팔 때 양도세도 줄여줬다. 둘 다 올린 게 아니라 둘 다 내려줬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주택 기준으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공시가 12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48만6719호(3.07%)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 따라 거주용 1주택자 공제 기준 금액이 14억 원으로 상향되면 36만2998호(2.29%)로 감소하게 된다.
약 12만 호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참고로 21억 원(시가 30억 원) 초과 주택은 16만8천 호(1.06%), 28억 원(시가 40억 원) 초과 주택은 6만 5천 호(0.41%) 수준이다. 정부에서 말한 대로 실거래가 40억 초과 주택에 종부세 부담이 집중된다고 본다면 고작 0.41%에 해당하는 주택소유자들만 종부세 부담이 증가하는 셈이다.
또 지난해 종부세 과표 구간별 납세 현황을 보면 전체 납세자는 48만577명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 1598만 명의 약 3% 수준이며, 이번 개편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25억 원 초과 구간 납세자는 4084명으로 전체 납세 인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이번 개편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는 증세, 상당수 일반 1주택자에게는 세 부담 완화라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상위 5분위에 해당하는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의 기대수익률은 좋아진 셈이다.
◆ 실거주자에게 혜택을 몰빵한 덕에 전세난은 더 가중될 듯
8·2세제개편안은 전세난을 심화시킬 위험성도 내포 중이다. 실거주에 온갖 세금 공제 혜택을 몰아준 터라 비거주 1주택자들(실거래가 12억 원 이하 비과세 주택 소유자 제외)이 임차인 대신 자기 집에 들어가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양도차익 공제 한도(2028년 20억 원, 2029년 10억 원)에 가까운 양도차익이 생기는 이른바 ‘한강 벨트’ 소재 아파트를 소유한 비거주 1주택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거주 이전을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지금도 전세 수급이 불안한 일부 지역에서는 전월세 시장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거주 1주택자가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자기 집에 들어가면 전세 물량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역별 전세 수급 상황이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선호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이 줄고 다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공급 여건이 개선되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가뜩이나 토지거래허가제 등에 따른 전월세난으로 신음하는 임차인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더해졌다.
◆ ‘주택공급’이 아니라 ‘대출완화’에 방점이 찍힌 8·13부동산대책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재정경제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신규 공공주택지구 약 10만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23만가구+α’의 주택 추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기대했던 입지와 공급물량과 주택유형이 포함되지 않은 터라 별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굳이 따진다면 신규 택지는 부지 조성을 거쳐 착공까지 소요 기간을 발표시부터 68개월에서 37개월로 대폭 단축하겠다는 선언 정도가 눈에 띈다.
기실 정부의 이번 대책의 백미는 대출완화다.
정부는 1.5%까지 조여둔 가계대출 총량관리 증가율 목표치를 3.0%로 풀기로 했다. 증가율 목표치를 배로 상향하면 30조 원 안팎의 증가분이 생길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는 이를 이주비 및 집단대출, ‘청년미래 보금자리론’ 등을 위해 쓴다는 방침이다.
정비사업 관련 대출인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의 숨통이 틔인 것인데 이는 정비사업장의 숙원이었다. 이 조치로 정비사업장이나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주체들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는 전세시장 불안과 매매가격 상승의 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주택금융공사의 ‘청년미래 보금자리론’은 현재 월세 수준의 원리금으로 자가 주택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아파트나 더 큰 집으로 옮기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수도권·규제지역 70%, 그외 80%) 혜택도 유지해준다. 정부는 기혼자가 대출, 주택 청약 등에서 미혼자보다 불이익을 받는 ‘결혼 페널티’도 없앴다. 이런 조치들은 저가주택시장에 매수세를 유입시켜 시장을 연쇄상승의 회오리에 가두는 효과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 전세가·월세가·매매가가 모두 상승하는 트리플 상승세가 더 가속화될 듯
이미 서울 아파트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와 강남권을 제외한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에서 전세가, 월세가, 매매가가 전부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장에 들어선 상태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 이재명 정부의 8·2세제개편안과 8·13부동산대책은 세금을 깎고 대출을 열어주는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트리플 강세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가격을 큰 틀에서 결정하는 요인들 가운데 금리를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이 시장 불안과 가격 상승에 우호적이라고 평가된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