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어뮤즈가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2024년 이후에도 회사 경영을 맡았다. 신세계그룹이 2025년 9월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코스메틱2부문 대표로 승진해 어뮤즈와 비디비치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신임이 두텁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로 꼽힌다.
여기에 시코르까지 함께 이끌게 되면서 이 대표의 역할은 개별 브랜드 경영에서 유통채널 운영으로 넓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사업과 신세계백화점의 판매 현장을 연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정유경 회장은 2016년 시코르를 처음 선보였으며 회장 승진 뒤 시코르를 신세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했다. 현재 시코르는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 시코르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K뷰티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시코르 강남역점. <신세계>
이 대표에게 시코르 운영까지 맡긴 것은 브랜드 발굴과 콘텐츠 기획 역량을 유통사업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명동점과 홍대점은 이러한 전략을 실행할 시험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점포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90%를 넘는 만큼 상대적으로 해외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기 쉽다. 고객 국적별 구매 품목과 가격대, 신제품 반응 등을 분석하면 해외에서 통할 브랜드와 상품을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시코르의 전문 메이크업 서비스도 브랜드 발굴과 콘텐츠 전략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 명동점과 홍대점에는 전문 자격을 갖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상주하며 고객의 피부색과 얼굴형, 취향에 맞춰 제품을 제안하는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당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의 일회성 구매를 반복 수요로 전환할 방법은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귀국한 뒤 제품을 다시 구매할 경로가 없다면 시코르는 방한 관광객 증가에 의존하는 오프라인 매장에 머물 수 있다. 매장에서 발견한 브랜드를 해외 유통망이나 온라인 재구매로 연결해야 외국인 매출 증가가 지속적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코르는 2016년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와 국내 인디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선보이며 이른바 ‘한국판 세포라’를 지향했다. 이후 매장 수를 크게 늘렸지만 코로나19와 온라인 구매 확대, 올리브영의 영향력 강화가 겹치면서 일부 점포를 정리했다.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도 2019년 한국에 진출했지만 2024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운영을 종료하고 철수했다. 다양한 브랜드와 체험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는 것만으로 올리브영 중심의 국내 화장품 유통구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K뷰티 브랜드와 미용기기를 중심으로 차별화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며 “외국인 고객이 많은 강남과 명동, 홍대 등 기존 매장에 더해 새로운 상권의 출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