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찰이 SK텔레콤의 침해사고 관련 자료보전 명령 위반 의혹을 수사한 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 SK텔레콤을 수사 의뢰한 지 약 1년 만에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 쿠팡 등 다른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 조사 방해 관련 수사도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4일 경찰이 SK텔레콤의 침해사고 관련 자료보전 명령 위반 혐의에 대해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
4일 정보통신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 6월 SK텔레콤의 정보통신망법상 자료보전 명령 위반 혐의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정보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경찰이 약 한 달 전쯤 SK텔레콤 수사의뢰 건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SK텔레콤이 자료보전 명령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2025년 7월4일 SK텔레콤 침해사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회사가 정부의 자료보전 명령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 4월21일 오후 5시42분 SK텔레콤에 침해사고 원인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보전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같은 날 오후 7시52분 서버 2대를 포렌식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로 임의 조치한 뒤 조사단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기정통부는 자료보전 명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기관에 판단을 요청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당시 “정보통신망법 제48조의4에 따라 자료보전 명령 위반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추가 감염과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조치를 취했으며 해당 서버를 중단 없이 운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 사건의 불송치 결정과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에 “경찰로부터 별도로 통보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자료보전 명령 위반이나 정부 조사 방해 등을 이유로 수사의뢰한 쿠팡과 KT, LG유플러스 사건의 수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들 사건에서도 자료 삭제나 서버 폐기 등의 고의성과 증거 훼손 목적을 입증하지 못하면 SK텔레콤 사건과 비슷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기정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은 KT가 침해 의혹이 제기된 서버의 폐기 시점을 사실과 다르게 제출하고 백업 로그의 존재를 뒤늦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정부 조사를 방해하려는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2025년 11월 KT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LG유플러스는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침해 정황을 안내받은 뒤 관련 서버의 운영체제를 재설치하거나 서버를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기정통부는 이 조치로 정확한 침해 경로와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고 보고 2025년 12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LG유플러스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쿠팡은 2025년 11월19일 자료보전 명령을 받은 뒤에도 접속기록 자동 저장정책을 조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2024년 7월부터 11월까지 약 5개월치 웹 접속기록과 2025년 5월23일부터 6월2일까지의 애플리케이션 접속기록이 삭제됐다. 과기정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를 자료보전 명령 위반으로 판단해 쿠팡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승리 기자·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