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6일 노바스코샤주 핼리펙스에 위치한 HMC 조선소에서 잠수함 사업자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캐나다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인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쟁사였던 한화오션은 비록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 입증된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와 중동 및 동유럽 등의 잠수함 사업 수주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 나토에 잠수함 공급한 TKMS, 캐나다 사업도 따내
6일(현지시각) 캐나다 매체 CBC뉴스는 자국 차세대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에 독일 TKMS가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정부의 이번 사업은 낡은 2400톤급 잠수함 4척을 2030년대 중반까지 디젤 추진 3천톤급 잠수함 12척으로 대체하는 프로젝트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캐나다 핼리팩스 항구에서 TKMS 잠수함이 북극해 운용에 최적화돼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상호운용성을 갖춰 정보 공유와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우선협상자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캐나다와 독일은 모두 NATO 회원국이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다수는 이미 TKMS의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캐나다는 유럽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한화오션이 균열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캐나다와 독일이 NATO 회원국 지위를 공유한다는 점과 잠수함 운용 지역 등 정치적 이유 외에 다른 나토 회원국의 지원도 선정 기준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6일 TKMS가 캐나다에 잠수함을 제때 인도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독일과 잠수함 공동 설계국이자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가 자국 해군용 잠수함 물량을 캐나다에 먼저 양보해 인도 시기를 앞당기기로 제안한 점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TKMS는 2036년까지 캐나다 해군에 212CD형 잠수함 4척을 인도하겠다고 제안했다. 첫 번째 잠수함은 2034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밖에 TKMS가 나토 국가 외에도 다수의 잠수함 수출 사례를 갖췄다는 점도 거론됐다.
TKMS는 2017년 이스라엘과 3척의 다카르급 잠수함 공급 계약을 포함해 튀르키예 및 싱가포르에 공급하는 잠수함을 건조했다.
지난해 9월11일에는 인도가 주문한 잠수함 6척을 건조하는 공식 계약 협상에도 착수했다. DW에 따르면 70억 유로(약 12조 원) 규모의 인도 잠수함 계약은 올 여름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용 잠수함을 만든 경험 외에는 해외에 공급한 경험이 사실상 없다.
2019년에 수주했던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 계약도 현재 진행이 멈춘 상태에 놓여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31일 계약 발효의 조건인 선주 측의 신용장 발급이 이뤄지지 않아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주 계약이 미발효 상태라고 공시했다.
이러한 경험의 격차가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 ▲ 승조원들이 6월2일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에 있는 에스퀴몰트 기지에서 출항하는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Ⅲ)위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한화오션, 세계 군비경쟁 가속화로 방산 수주 기회 열려 있어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말고도 세계 방산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란 전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각국이 국방 분야에 대거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안보 씽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4월27일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액은 2024년보다 2.9% 증가한 2조8870억 달러(약 4400조 원)로 추산됐다.
SIPRI의 샤오 량 군비사업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발생한 다양한 위기와 많은 국가의 장기적인 군사비 지출 목표를 고려할 때 이러한 증가세는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한화오션의 잠수함이 TKMS와 함께 캐나다 해군의 요구 사항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무기 제조 강국인 독일 기업의 기술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한화오션이 세계 국방비 지출 증가 분위기를 타고 수주 기회를 늘릴 공산이 크다.
필리핀 매체 GMA뉴스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화오션 측과 필리핀 해군의 잠수함 도입 계획을 논의했다.
이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그리스 및 페루 등도 노후 함정 교체와 해군 전력 강화 필요성이 맞물리며 잠수함 도입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나토 회원국에서 방산 수주를 꾸준히 두드릴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스테픈 퓌어 캐나다 국방조달 담당 국무장관은 7일 CBC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과 경제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계속해서 협력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찾을 것이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7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튀르키예 앙카라로 출국했다. 나토 비회원국인 한국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이번 회의에 참여한다.
출국에 앞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나토 무대에서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한 대한민국의 역할을 넓혀 가려 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이번 수주전 패배를 경험 삼아 경쟁력을 다듬고 NATO 회원국은 물론 세계 다른 국가로 잠수함 수주 시도를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으로 보인다.
캐나다 씽크탱크 맥도널드-로리에 연구소의 리차드 시무카 안보부문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 잠수함 수주전을 놓고 “TKMS가 최선의 선택인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독일의 생산 능력이 제한적인 반면 한국은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잠수함을 납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