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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JTBC 앵커 |
JTBC가 100분짜리 뉴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세월호 참사보도로 정점을 찍은 시청률이 최근 눈에 띄게 떨어진 상황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JTBC는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가 진행하는 기존의 JTBC 뉴스9를 폐지하고 JTBC 뉴스룸을 신설해 22일 저녁 8시부터 시작한다”며 “뉴스시간도 대폭 확장해 저녁 9시40분까지 100분 동안 진행하게 된다”고 12일 밝혔다.
국내 방송뉴스에서 저녁 메인뉴스가 100분간 편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는 1시간 안팎이다. 여기에 스포츠뉴스 등을 뺀 방송시간이 40분 가량이라는 점을 볼 때 매우 파격적 편성이다.
JTBC의 이번 개편은 시청자층을 더욱 넓히기 위해 양동전략을 택한 것이다. 다양한 뉴스를 원하는 시청자를 잡는 동시에 기존 JTBC가 주력하던 심층보도에 더 힘을 기울이려고 한다.
또 8시에 방송되는 MBC, SBS 메인뉴스와 정면승부도 펼치게 됐다.
◆ 선택과 집중 포기하고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JTBC는 늘어난 시간대를 통해 다양한 뉴스들을 함께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JTBC뉴스는 모든 것을 반드시 다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보였다. 한 사안을 여러 명의 기자가 다각도로 취재해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방식이다. 다른 뉴스보다 다루는 사안의 종류는 줄었지만 그 질은 높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였다. JTBC뉴스는 다른 방송사 메인뉴스들이 세월호 보도 비중을 줄이고 다른 뉴스들도 다루기 시작했을 때도 방송 내내 세월호사건을 다루는 등 다른 뉴스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다양한 뉴스를 원하는 일부시청자에게 외면 받은 것도 사실이다.
JTBC 뉴스는 그동안 선택과 집중 전략에 희생됐던 다양한 뉴스들을 함께 담아내겠다고 개편배경을 설명했다. 또 시간대가 늘어난 만큼 그동안 차별화를 두고 주력해 왔던 심층뉴스도 한층 더 여유 있게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청자와 기존 시청자 모두를 잡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JTBC 뉴스 이를 위해 8시부터 다른 뉴스처럼 그날의 뉴스를 정리하고, 9시부터 그동안 JTBC가 했던 것처럼 그날의 주요뉴스를 앵커 브리핑과 인터뷰, 심층취재, 토론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을 잡아놓았다.
손석희 앵커는 “지난 1년 동안 JTBC 뉴스9가 지향해온 방향성, 즉 정론의 저널리즘을 좀 더 깊이 있게 실천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아 온 제작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목표”라며 “JTBC 뉴스가 그 동안 형식과 내용 면에서 혁신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 왔다면 이제는 저녁 메인뉴스의 새로운 장을 연다는 각오로 또 다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 힘빠진 손석희 뉴스, 분위기 반전 위한 파격개편
JTBC뉴스는 한때 시청률 5%를 넘으며 지상파뉴스를 위협했다. 그러나 현재 다시 1%대로 하락한 상태다. 다른 종편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높지 않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JTBC 뉴스9의 시청률은 1.816%로 MBN 뉴스8의 3.232%, 채널A 종합뉴스 1.983%, TV조선 뉴스쇼 판의 1.755% 등 다른 종편뉴스 시청률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JTBC는 다시 손석희 1인의 힘을 빌려 시청률 반등을 꾀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이미 입증된 손석희 파워를 더욱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JTBC 뉴스룸은 앵커 1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리포트와 현장중계, 심층 인터뷰, 토론 등 뉴스프로그램이 담아낼 수 있는 모든 형식을 선보인다. 이 때문에 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진행하는 앵커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손석희 앵커가 가장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 JTBC의 승부수, 통할까
JTBC는 이번 개편을 통해 지상파뉴스와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JTBC는 “최근에 발표된 시사IN과 시사저널의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 JTBC 뉴스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MBC와 SBS를 따돌렸다”며 이번 개편이 MBC와 SBS 메인뉴스를 염두에 둔 개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4월 JTBC 뉴스는 시간대와 표본집단은 달랐지만 최고 5.4%(닐슨코리아 집계, 유료방송 가입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해 MBC 뉴스데스크를 따라잡기도 했다.
현재 9시에 방송되는 KBS 메인뉴스의 시청률은 15~20% 사이로 모든 뉴스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KBS를 피해 8시로 자리를 옮긴 SBS뉴스와 MBC뉴스의 시청률은 7~8%대를 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8시대에 먼저 자리를 잡은 SBS와 MBC 뉴스의 시청자층을 JTBC 뉴스로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이번 JTBC 뉴스 개편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이 두 지상파 방송사는 KBS 뉴스보다 젊은 시청자 비중이 높아 JTBC와 시청자층이 겹친다. 9시대의 JTBC뉴스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면 이제 전면승부를 펼치게 된 셈이다.
JTBC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JTBC 뉴스의 주시청자층인 20~30대의 귀가시간을 고려했을 때 한 시간 당겨진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온라인 실시간 중계를 통해 뉴스를 시청한다는 점도 변수다. JTBC에 따르면 매일 10만 명이 JTBC뉴스9 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청하고 있다.
뉴스의 시간대와 편성시간이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인터넷뉴스를 통해 원하는 뉴스만 골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시간을 한 시간 당기고 편성시간을 늘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