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치권과 경남지역 선거 동향을 종합하면 경남지사 선거는 전·현직 지사의 정책 공방을 넘어 권역별 표심과 중도층을 누가 더 설득하느냐의 판세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접전 흐름을 보였다.
KBS창원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경남지사 지지도를 물은 결과 김 후보는 40%, 박 후보는 35%, 전희영 후보 1%로 집계됐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0%, '모름·무응답'은 13%였다.
두 후보 격차는 5%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경남지사 선거가 더 이상 보수 우세 지역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 접전 구도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접전 구도에서 전희영 진보당 후보의 사퇴와 김 후보 지지 선언은 김 후보에게 막판 표심 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후보와 전 후보는 전날인 27일 경남도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로 후보를 단일화한다고 밝혔다. 전 후보는 여론조사 없이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전 후보는 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공동 선거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단일화 효과가 곧바로 김 후보의 우세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진보 성향 표심 결집은 접전 구도에서 김 후보에게 힘이 될 수 있지만 중도층에는 진영 결집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권역별 흐름을 보면 승부처는 더 선명해진다.
김 후보는 동부권에서 44%로 박 후보 32%를 앞섰고 창원권에서도 39%로 박 후보 30%보다 높았다. 남부해안권에서도 김 후보 39%, 박 후보 34%로 나타났다.
반면 박 후보는 서부내륙권에서 45%로 김 후보 39%를 앞섰다.
이 권역 구도는 메가시티 책임론이 왜 판세 변수로 떠올랐는지를 보여준다. 김해와 양산을 포함한 동부권은 부산 생활권과 맞닿아 있어 생활권 통합과 광역교통망 논리가 상대적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지역이다.
김 후보가 '메가시티 예산 35조 증발' 등 메가시티 중단 책임론을 앞세우는 것은 단순한 과거 공방이 아니라 동부권 표심을 붙잡고 창원권까지 표심을 파고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박 후보에게 서부내륙권 우세는 현직 안정론과 보수 기반을 지키는 버팀목이다. 박 후보가 김 후보의 주장을 '통계 왜곡'과 정치 공세로 규정하는 것도 메가시티 책임론이 경남 전체의 성장 기회 상실론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대응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 진영의 충돌은 '35조 원' 논란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유해남 박완수 후보 선거캠프 수석대변인은 12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5조 원은 당시 정부가 경남에 배정한 예산이 아니고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 확정된 돈도 아니다"라며 "확정되지 않은 사업 구상을 마치 다음 도지사가 날려버린 예산처럼 말하는 것은 왜곡이면서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
김명섭 김경수 후보 캠프 대변인은 같은 날 입장문에서 메가시티 예산 35조 원이 왜곡·선동이라는 박 후보 쪽 주장에 "35조 원 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갈 기회를 박완수 도정이 걷어찬 것"이라고 반박했다.
▲ 부울경 메가시티. <경남도청>
경제지표 해석을 둘러싼 공방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 쪽은 김 후보가 지난해 경남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실험적 통계를 최종 성적표처럼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 쪽은 경남 경제가 어려운 흐름을 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중도층 표심에서도 두 후보는 접전이다. 중도층 지지도는 김 후보 38%, 박 후보 34%로 집계됐다. 보수 성향층에서는 박 후보가 65%로 김 후보 18%를 앞섰고 진보 성향층에서는 김 후보가 76%로 박 후보 6%를 앞섰다.
후보 지지 이유에서도 두 후보의 과제가 갈린다. 김 후보 지지층은 지지 이유로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를 38%로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박 후보 지지층은 '경력과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서'를 34%로 가장 많이 꼽았다.
김 후보에게는 여당 후보로서 정권 안정론과 메가시티 복원론을 결합해 확장성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에 전 후보와의 단일화로 진보 성향 표심을 묶을 계기가 생겼지만 이를 중도층에게 단순한 진영 결집이 아니라 경남의 성장 방향을 다시 세우는 선택으로 설명해야 하는 과제도 커졌다.
박 후보에게는 현직 지사로서 경력과 능력을 평가받는 흐름을 경제 성과와 도정 안정론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동시에 민주당과 진보당의 단일화 효과를 제한하고 중도층 이탈을 막는 방어 전략도 중요해졌다.
남은 선거전의 관건은 메가시티 책임론이 어느 쪽 프레임으로 굳어지느냐로 보인다.
김 후보가 이를 '경남이 놓친 성장 기회'로 각인시키면 경남 선거는 박 후보의 현직 성과를 묻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 여기에 진보당 후보 단일화 효과가 더해지면 김 후보는 동부권과 창원권 우세 흐름을 진보 성향 표심 결집으로 보강할 수 있다.
반대로 박 후보가 이를 확정되지 않은 예산과 통계를 활용한 '정치 공세'로 묶어내고 단일화 효과를 진영 결집으로 제한하면 김 후보의 복귀 명분을 흔들 수 있다.
다만 메가시티 책임론은 과거 사업 중단을 둘러싼 공방에 그치지 않고 남은 선거전에서 경남의 다음 성장 방향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경남지사 선거는 단순한 전·현직 지사 맞대결을 넘어 경남의 다음 성장 전략과 막판 표심 결집 효과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의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흐름은 두 후보가 최근 내놓은 공약에서도 이어진다.
박 후보는 24일 농어업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농어민 삶을 더 두텁게 하는 '농어촌 대도약 10대 약속'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같은 날 "사회적 약자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사회경제연대 성장 패키지' 공약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농어촌 공약을 발표하며 "농어업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육성하고 농어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경남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사회경제연대 성장 패키지 공약과 관련해 "사회적 약자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사회경제연대를 경남 성장의 한 축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KBS창원·한국리서치 조사는 16일부터 19일까지 경남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조사는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