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2026-04-23 11: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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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MO가 세계 식량체계가 폭염으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은 유엔 기관 보고서에 포함된 이미지. 한 농부가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밭길을 걸어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영향에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이 세계 식량 생산량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여름을 앞두고 세계 각국 정부가 폭염 대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각)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으로 발간한 '폭염과 농업'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옥수수는 7.5%, 밀은 6.0%씩 수확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농업기구는 폭염이 작물의 성숙 속도를 가속화해 알곡이 충분히 발달할 시간을 줄여 알곡의 품질과 수확량을 동시에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가축도 24~25도 이상 온도에서 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며 이는 사료 섭취량 감소, 체중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SSP-8.5)를 가정하면 2100년 기준 전 세계 가축의 약 절반이 위험한 수준의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세계 축산업이 입는 경제적 피해 규모는 연간 약 400억 달러(약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낙농진흥회와 농촌진흥청 조사를 보면 지난해 조기 폭염 영향에 국내 우유 원유 생산량은 5~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낙농업 농가들이 주로 사육하는 홀스타인종은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기온이 27도를 넘어가게 되면 사료 섭취량이 크게 감소한다. 32도 이상 폭염 상황에서는 우유 원유 생산량이 20%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다에서도 해양 폭염으로 인한 양식어류의 대량 폐사가 더 잦은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발표를 보면 2024년 고수온 현상으로 인한 양식산업 피해 규모는 약 1430억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4년은 기상관측 역사상 최악의 더위가 발생했던 해였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양식어종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은 우럭으로 583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식량농업기구는 폭염은 가뭄, 강풍 등과 결합해 산불 같은 재난의 발생 가능성도 급격히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산림 자원, 과일, 야채 생산도 타격을 받을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한랭한 환경에서 생산되는 배추가 높아진 기온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2024년에는 배추 수급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유엔 기관 보고서를 접한 전문가들은 올해도 조기 폭염의 조짐이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각국 정부에 조속한 대책 강화를 촉구했다.
▲ 2024년 9월 한국의 한 대형마트에 배추들이 쌓여 있다. 이때 배추 수급 대란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르몽드,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태평양에서 해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2024년 사상 최악의 더위가 발생했을 때도 '슈퍼 엘니뇨' 현상이 있었다.
리처드 웨이트 세계자원연구소 농업 담당 디렉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농부들이 극한 기상 현상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기상 예보와 통신을 원활히 해 위기 발생시에 적응이 가능하도록 지금부터 대비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들이 적응하지 못하면 극한 폭염에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농업이 기후변화에 받는 영향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웨이트 디렉터는 "변화하는 기후속에서도 농부들이 생산성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해결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사례를 보면 농촌진흥청은 지난 1일 자체 개발한 기후대응 미생물 '바실러스 시아멘시스'를 출시했다. 바실러스 시아멘시스는 고온다습한 상황에서 배추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배추무름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바실러스 시아멘시스를 적용한 배추 작물은 약 47.6%의 방제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바실러스 시아멘시스 처리를 한 배추는 처리를 하지 않은 작물 대비 평균 무게가 12.7% 증가했다.
2024년 배추 대란을 겪은 뒤 지난해에는 농림부, 농촌진흥청 등이 나서 예비 비축량 확보, 공급량 조절 등을 추진하면서 공급 대란을 막았다.
정부 기관들은 이 밖에도 다양한 폭염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여름철마다 현장 기술지원단을 파견하고 스마트 냉방 시스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들을 위한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구입 비용을 농가들에 지원하고 여름철마다 쿨링 패드, 환풍기 등 냉방 설비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또 해양수산부는 양식 농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양식 품종을 고수온에 강한 참조기, 벤자리 등으로 전환하는 기후대응 사업을 발표해 이를 확산하고 있다. 어민들에 양식 품종 구입비, 시설 이전비, 각종 소모품 구매비까지 지원한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