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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공백' 드러낸 CU 화물연대 사태, 원하청 교섭 기준 논쟁 도화선되나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4-22 16: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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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개정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이 시행 뒤 현장의 법 해석을 둘러싼 노·사·정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노동자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제도 공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편의점 CU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물노동자 사망 사고를 두고, 정부가 “노란봉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공식화하면서 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공백' 드러낸 CU 화물연대 사태, 원하청 교섭 기준 논쟁 도화선되나
▲ 21일 경남 진주 BGF로지스 진주센터 주변에서 열린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 현장에 전날 발생한 사망 사고의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22일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CU 물류센터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청 기업의 직접 교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은미 정의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예비후보는 22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참변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며 “직접교섭을 거부한 채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원청기업 BGF리테일과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한 고용노동부가 만든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에서 농성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 1명이 비조합원 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연대는 1월부터 원청인 BGF리테일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왔다. 화물 노동자들은 법상 개인사업자로 BGF리테일 자회사인 BGF로지스의 하청 운송사와 계약을 맺는다.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이 운임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 사용자’라며 교섭을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다단계 계약 구조를 근거로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이 노란봉투법 2조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화물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소상공인·개인사업자’로 규정하며 “이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전날 논평을 통해 “화물노동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지만, 운임과 물량, 노동조건이 원청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라며 “노동부가 이들을 소상공인으로만 규정하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최근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해석이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공백' 드러낸 CU 화물연대 사태, 원하청 교섭 기준 논쟁 도화선되나
▲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20일 경남 진주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열린 'CU 물류 노동자 권리보장 촉구' 집회에서 이날 오전 숨진 동료를 추모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9일까지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동안 372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1011개 하청노조(약 14만6천 명)가 교섭을 요구했다. 다만 정부는 교섭요구 증가세가 점차 완화되고 있고, 노동위원회 절차를 중심으로 제도가 안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산업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성 판단 사건 23건 가운데 91%에 해당하는 21건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특히 8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포스코 하청 노조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내리면서 경영계가 우려하던 ‘쪼개기 교섭’이 현실화하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이 본격화하는 5월 중·하순 이후에는 노사 갈등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동시다발적 교섭과 쟁의행위로 ‘춘투’가 유례없는 규모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현장 혼선이 정부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CU 사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예고됐던 구조적 충돌이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 여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 파업 시 대체인력 허용 여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법적 진공상태’가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이 ‘대화 촉진’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의제별 교섭 범위를 명확히 하는 후속 가이드라인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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